"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번식장서 20마리 구조된 사건도 큰 파장""입양시, 한국 반려인에 대한 교육 절실""나와 같은 구조자들이 필요 없는 세상이 오길"
  • ▲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활동 중인 시안 데이비스‘진저스 펫 레스큐(Ginger’s pet rescue) 대표 ⓒ 천의현 기자
    ▲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활동 중인 시안 데이비스‘진저스 펫 레스큐(Ginger’s pet rescue) 대표 ⓒ 천의현 기자
    [인터뷰] 시안 미국 동물보호단체 대표 “한국 강아지 번식장서 1,400마리 구조 충격”

    유기견과 불법 번식장에서 구조된 강아지들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는 일이 쉽지 않다. 국내에서는 ‘포메라니안’ ‘푸들’ 등 순종 강아지들이 비교적 손쉽게 입양처를 찾는 편이지만, 몸이 아프거나 돌봄이 필요한 강아지들은 새 보금자리를 찾기란 어려움이 있다.

    반면 해외의 사정은 다르다. 반려견에 대한 인식과 문화가 선진화돼 있다 보니 노령견이나 장애견에 대한 편견이 덜하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구조된 노령견이나 장애견은 해외에 입양되는 경우가 상당하다. 

    더욱이 해외에서는 해당 반려견 입양의 문턱이 높기까지 하다. 미국의 경우 ‘확실한 입양처’를 까다로운 심사와 교육 등을 거친 뒤 입양비를 지불해야 반려견 입양이 가능하다. 그리고 입양자의 반려견 관리 과정과 환경을 계속해 모니터링 한다. 해외에서 강아지가 버려지는 사례가 드문 배경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동물구조보호단체 ‘진저스 펫 레스큐(Ginger’s pet rescue)를 운영 중인 시안 데이비스 대표가 지난 9월부터 한국을 방문해 한 달간 동물보호 현장 등을 살펴보고 있다. 시안 대표를 통해 한국의 반려견 문화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다음은 시안 대표와의 일문일답.

    ▶‘진저스 펫 레스큐’는 어떤 단체인가?
    “우리 단체는 워싱턴주 시애틀 등 미국에서 활동하는 동물보호단체다. 20여년 전 활동을 시작해 현재까지 펫 2만마리 이상을 구조·입양시켰다. 대만과 멕시코 등지에서 위기에 처한 강아지들을 구조하고 미국으로 데려와 좋은 사람들에게 입양을 맡기고 있다. 한국과의 협업은 코리안독스(KDS)와 지난 2016년부터 이뤄져, 7년째 교류 중이다. 현재는 다른 나라보다 한국에서 구조된 강아지들을 집중 관리 중이다, 한국에서만 5천여 마리의 강아지를 뉴욕과 워싱턴, 시애틀 등지에 있는 좋은 보금자리로 입양을 시켰다.”

    ▶한국에서 구조된 강아지에 대해 집중 관리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우리 단체가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개 식용 문화’가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부터다. 정말 충격 그 이상이었다. 개를 먹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지만, 인터넷을 통해 확인한 것은 사실이었다. 한국에 가서 강아지들을 구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고, 지금도 같은 마음이다.”

    ▶한국의 반려견 문화가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어떠한가?
    “베트남과 중국 등에 비하면 나은 환경이지만, 반려견에 대한 인식과 문화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시골이나 일부 가정집에서 강아지들을 밖에서 키우거나 목줄을 짧게 묶어놓고 키우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을 보면서 ‘왜 강아지를 키우는 거지?’ ‘강아지를 키워서 얻는 이익이 뭐지’라는 생각과 함께 이럴 거면 차라리 키우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이해할 수 없는 문화가 또 있는가?
    “최근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이 경기도 화성의 불법 번식장에서 1,400여마리의 강아지들을 구출하는 과정을 모두 지켜봤다. 돈을 벌기 위해 강아지들을 커터칼로 배를 가르고 하는 일들은 충격이 컸다. 특히 너무 안 좋은 환경에서 강아지들이 공장의 제품처럼 생산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 6주도 되지 않은 강아지가 돈벌이로 여기저기 팔려간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문제였다. 강아지는 태어난 뒤 부모와 형제들과 지내면서 배우는 것들이 많은데, 그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강아지는 행동과 정신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결국 사회화 교육을 받지 못한 강아지는 유기견이 될 확률이 높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번식장 사업자에게 면세 혜택까지 준다는 사실에 대해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미국의 상황은 다른가?
    “미국은 불법 번식장 등 공장 같은 시설이 없다. 한번은 번식장서 20마리가 구조된 사례가 있는데 미국 전역에서 충격적인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을 정도다. 일부 주를 제외하고 대다수의 주가 펫샵을 운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펫샵의 문제는 반려인들에 대한 교육의 부재다. 펫샵에서는 반려견을 키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반려문화에 대해 가르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쉽게 강아지를 사고, 쉽게 강아지를 버린다. 무엇보다 미국은 반려견 입양이 쉽지 않다. 철저한 자격 검증과 입양자에 대한 반복적인 교육을 진행한다. 이후 그들은 비싼 입양비를 지불해야 강아지를 키울 수 있다.”
  • ▲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활동 중인 시안 데이비스‘진저스 펫 레스큐(Ginger’s pet rescue) 대표 ⓒ 천의현 기자
    ▲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활동 중인 시안 데이비스‘진저스 펫 레스큐(Ginger’s pet rescue) 대표 ⓒ 천의현 기자
    ▶한국의 반려견 인식과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어떠한 것들이 선행돼야 한다고 보는가?
    “사람에 대한 교육이 먼저다. 반려동물에 대한 이해와 문화 등을 가르쳐야 한다. 미국의 경우 일곱 페이지가 넘는 많은 양의 입양신청서를 작성하면서도 배운다. 미국에서도 입양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질문을 하는 사람도 있다. ‘배변 훈련이 돼 있느냐’ ‘얌전하게 소파에 앉아 있느냐’ 등을 묻더라. 그런 사람에게는 그런 개는 없다고 단호히 거절한다. 사람도 완벽하지 않은데, 개가 완벽하길 바라는 것은 모순이다. 해외에 좋은 교육 사례가 많다. SNS 등 다양한 방법으로 그들의 반려문화를 접해도 좋을 듯하다.”

    ▶시안 대표의 강아지 사랑이 크게 느껴진다.
    “그렇다. 나는 강아지를 너무나 많이 사랑한다. 나는 누군가 강아지와 관련한 도움을 요청하면 돈을 지불해서라도 돕는다. 때로는 노숙자들이 개를 키우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들은 재정적인 문제로 강아지를 잘 키우기 어렵다. 그래서 그들에게 백신 비용과 중성화 비용을 주고, 담요와 의복도 준다. 그들이 강아지를 잘 돌보기 원하기 때문이다. 구조자는 동물에게도, 사람에게도 열정적일 수밖에 없다. 나는 한 마리의 강아지를 구한 것이지만, 강아지 입장에서는 자신의 일생을 구해준 셈이다. 나에겐 강아지가 가족이고, 인생이며, 모든 것이다”

    ▶시안 대표의 최종 활동 목표는 무엇인가.
    “나와 같은 사람이 더 이상 필요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또 한국에서도 우리 같은 사람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시기가 오길 바란다. 손자 세대나 돼야 바뀌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