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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진호 남양주백병원 뇌신경센터 병원장
'잠이 보약'이라는 옛말은 현대 뇌과학에서 완벽한 과학적 사실로 증명되고 있다.
최근 바쁜 일상과 야근, 교대 근무, 밤늦은 스마트폰 사용 등으로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늘면서 뇌과학계는 '수면 부채(Sleep Debt)'라는 개념에 주목하고 있다.
수면 부채란, 매일 필요한 수면 시간보다 덜 잔 시간이 차곡차곡 저축되듯 쌓여 신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가 깊은 잠(NREM 3단계 서파 수면)에 들었을 때 뇌 속에서는 일종의 '세척 작업'이 일어난다. 뇌척수액이 뇌세포 사이사이를 순환하며 치매를 유발하는 독성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beta)와 타우(Tau) 단백질 등 노폐물을 씻어내 배출하는 '글림프 시스템(Glymphatic System)'이 작동하는데, 만성 수면 부족 상태가 되면 이 청소 시스템이 마비돼 뇌세포에 독성 노폐물이 장기간 축적되고 결국 인지장애와 알츠하이머 치매로 이어지게 된다.
수면 부족은 뇌혈관 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잠을 충분히 취하지 못하면, 교감신경계가 과도하게 활성화 돼 혈압이 상승하고 혈관 벽에 미세한 염증이 유발된다.
이는 뇌혈관이 탄력을 잃고 딱딱하게 만들어 뇌졸중 발생 위험을 최대 2배 이상 치솟게 만든다. 특히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이 동반되는 경우, 수면 중 뇌로 가는 산소 공급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수면 도중 급성 뇌경색이나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많은 불면증 환자들이 졸피뎀과 같은 수면 유도제를 처방받아 복용하지만, 증상 완화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에는 어렵다. 졸피뎀 등은 GABA 수용체에 작용해 인위적으로 수면 상태를 유도하지만, 뇌가 스스로 회복하는 천연 서파 수면의 비율을 감소시킬 수 있고, 다음 날 숙취 효과나 인지 피로가 나타날 수 있다.
수면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뇌를 셧다운시키는 졸피뎀 의존을 끊고, 체내 생체 시계를 밀고 당겨 동조화시켜 주는 무의존성 생화학 훈련(저용량 멜라토닌 복용 요법 및 개인 맞춤형 분할 수면 프로토콜)과 자연광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아침 기상 후에는 고조도의 햇볕을 쬐어 각성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돕고, 퇴근 후에는 망막 세포의 블루라이트 노출을 피해 ipRGC-SCN 마스터 클락 경로를 보호해야 밤에 천연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원활히 분비될 수 있다.
인지기능 및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고 낮 동안 졸림증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피로 축적이 아닌 뇌가 보내는 긴급 위험 신호일 수 있으므로 수면다원검사 및 뇌 정밀 영상 검사를 통해 정확한 치료 방향을 수립하는 것이 치매와 뇌졸중을 예방하는 방법일 수 있다.
강진호 남양주백병원 뇌신경센터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