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선종 남양주백병원장
    ▲ 최선종 남양주백병원장
    척추관협착증이나 인공관절 수술 등 큰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칼로 찌르는 듯한 찌릿찌릿함, 불타는 듯한 화끈거림 등 극심한 통증을 계속 호소하는 환자들이 있다. 

    심한 경우 옷깃만 스쳐도 자지러지게 아파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다. 이는 수술 상처가 덜 아물어서라기보다 수술 과정이나 기존 병변으로 인해 예민해진 말초 신경근이 뇌에 쉴 새 없이 가짜 통증 경고 신호를 보내는 '중추 감작형 만성 난치성 신경통'으로 악화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환자에게는 척추·관절 수술 후 통증 고착화 방지와 기능 회복을 위해 마취나 약물 없이 뇌의 통증 인지 체계를 정상화하는 최첨단 '페인스크램블러(Pain Scrambler)' 기기 기반 복합 통증 재활 프로그램이 처방된다.

    페인스크램블러 치료의 정식 명칭은 '비침습적 무통증 신호요법'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과 한국 보건복지부 신의료기술 인정을 받아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받았으며, 척추수술 후 통증 증후군, 대상포진 후 신경통, 당뇨병성 신경병증, 만성 난치성 복합부위통증증후군 등 통상적인 진통제나 신경 차단 주사 치료로도 조절하기 어려운 중증 통증 환자들을 치료하는 최적의 치료법이다.

    치료의 핵심 원리는 주변 소음을 완전히 상쇄하는 헤드폰의 '노이즈 캔슬링' 메커니즘과 매우 흡사하다. 

    통증을 호소하는 부위 인근의 정상 피부 피절에 전극 패드를 붙인 뒤, 합성된 인공 무통증 생체 신호를 신경 경로를 통해 대뇌 피질로 올려보낸다. 

    이렇게 뇌로 들어가는 비정상적인 만성 통증 신호를 정보 대체 코드로 변경해 '지금은 아프지 않다'라는 깨끗한 신호로 인지하게 만드는 원리다. 이 과정이 지속해서 반복되면, 통증에 중독되어 있던 뇌의 통증 수용기 회로가 항상성을 되찾아 스스로 통증 스위치를 리셋하게 만든다.

    기존의 물리치료가 자극을 차단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페인스크램블러는 신경 신호 자체를 무통증 신호로 치환하는 신경 변조 기법이다. 약물의 약리학적 치료 한계로 고용량 진통제 복용 시 어지러움, 구토 등의 부작용으로 치료를 지속하기 어려웠던 환자들에게 약물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비침습적 치료 대안이 될 수 있다.

    만성 난치성 통증 환자들은 통증으로 인해 환부를 움직이지 못해 관절이 딱딱하게 굳는 관절 구축과 근육 감소 등의 신체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페인스크램블러 치료를 통해 즉각적인 선제적 진통 효과를 확보한 상태에서 물리치료사의 환자별 맞춤 운동치료와 근막 이완, 관절 가동 범위 회복 운동 재활을 결합해야, 부작용을 줄여나가고 편안한 일상으로 안전하게 복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최선종 남양주백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