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영상해설협회 프로축구 경기 실시간 현장 해설시각장애 학생들 “옆 사람과 함께 환호할 수 있어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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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주변 사람들과 동시에 환호하고 응원할 수 있다니, 너무 꿈만 같아요.”24일 오후 1시께 수원종합운동장 매표소. 수원FC와 울산현대의 K리그1 2023 31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가족들의 손을 잡은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인솔자들의 안내를 받아 경기장으로 입장한 이들은 하나같이 밝은 표정으로 “재밌겠다”, “기대된다” 등 경기 전부터 설레는 마음을 표출했다. 모두 시각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다.이날 ㈔현장영상해설협회는 수원교육지원청이 주관한 ‘하트 싸커 마음으로 보는 축구관람’에 참여한 시각 장애 학생과 가족 등 60여명을 위해 실시간 경기 해설을 준비했다.수신기를 배부 받아 관중석에 앉은 이들은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임경아‧박재욱 해설가의 말에 집중하며 새하얀 마음속에 자신만의 경기장을 그려 나갔다.가변석을 비롯한 경기장 구조에 대한 설명부터 몸을 풀고 있는 선수들의 행동 묘사, 공식 치어리더의 율동까지 쉽고 간결한 해설에 학생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지었다.경기장을 찾은 김은서(용인 서원중학교 1학년)양은 “평소 가족들과 스포츠 경기장을 찾으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물어 봐야 해서 집중할 수 없었다”라며 “오늘은 현장영상해설 덕분에 가족들도 각자 경기를 관람하고, 저 또한 불편함 없이 여가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흡족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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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경기가 시작되자 학생들은 열혈 축구팬으로 변모했다.해설진의 중계에 따라 수원FC 선수들이 공격 기회를 잡으면 두 손을 들고 크게 환호 했고, 상대 선수의 거친 플레이로 수원FC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쓰러질 때면 다른 관중과 함께 야유를 보냈다.누구나 할 수 있는 표현이지만, 시각 장애를 가진 이들에겐 생애 첫 응원이었던 셈이다.황석환(아름학교 중학교 2학년)군은 “응원하는 팀이 골을 넣었을 때 해설을 듣고 주변사람들과 동시에 환호할 수 있어 너무 행복했다”라며 “오늘 처음 경기장을 방문했는데, 현장영상해설만 있다면 앞으로도 자주 스포츠 경기를 관람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박광재 현장영상해설협회 사무총장은 “종목별 경기장에 장내 아나운서는 있어도, 경기를 실시간으로 해설해 줄 시스템이 없어 시각 장애인들은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기 어렵다”라며 “최근 수원시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현장해설 활성화 지원 조례가 통과된 만큼 더 많은 시각 장애인에게 문화‧체육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해설가들의 역량을 강화하는데 힘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