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수치 해석법
  • ▲ 황인섭내과의원 황인섭 병원장
    ▲ 황인섭내과의원 황인섭 병원장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 들고 “요산 수치가 높다고 하는데, 통풍일까요?”라고 묻는 환자들이 많다. 

    숫자만 보면 걱정스러울 수 있지만, 요산 수치가 높다고 해서 모두 통풍으로 진단되거나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요산은 해석이 까다로운 수치 중 하나로, 단순히 높고 낮음보다는 몸의 상태와 증상 유무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요산은 퓨린이라는 물질이 분해되면서 생기는 대사산물이다. 퓨린은 우리가 먹는 음식뿐 아니라 체내 세포가 분해될 때도 자연스럽게 생성된다. 즉 요산 자체는 정상적인 물질이다. 

    다만, 체내에서 요산이 과다하게 생성되거나 배출이 잘 되지 않을 경우, 혈중 농도가 높아지게 된다. 이를 고요산혈증이라 하며, 일정 수치 이상으로 지속될 경우 통풍의 위험 요인이 된다.

    하지만 요산 수치가 높다고 곧바로 통풍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요산 수치가 7.0mg/dL 이상이면 고요산혈증으로 분류되지만, 이 수치를 넘었다고 해서 모두가 통풍 발작을 겪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무증상 고요산혈증 상태가 수년간 지속되더라도 관절 통증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반대로 통풍 환자 중 일부는 요산 수치가 기준치보다 낮은 시점에도 발작을 겪을 수 있다.

    이처럼 요산 수치는 절대적 지표라기보다는, 증상 및 병력과 함께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수치다. 통풍의 진단은 단순히 수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발작 시의 관절 통증 부위, 통증의 강도, 지속 기간, 과거 병력, 관절 천자 검사 소견 등을 모두 종합해 진단한다. 특히 엄지발가락, 발등, 발목 등 한쪽 관절에 급성 통증이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양상이 통풍성 관절염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무증상 고요산혈증에 대해 무조건 약물치료를 시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통풍 발작이 없고, 요산 수치가 8.0mg/dL 내외로 경계선에 머물러 있다면, 먼저 생활습관 조절을 시도해보는 것이 원칙이다. 퓨린 함량이 높은 음식(내장류, 육류, 맥주 등)의 섭취를 줄이고,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하며,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요산 수치가 조절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거나, 요산 수치가 9.0mg/dL 이상으로 고정되고, 고혈압, 당뇨병, 만성신장질환 등의 동반 질환이 있다면, 통풍 발작이 없어도 예방적 치료를 고려해야 할 수 있다. 고요산혈증은 신장 결석, 신기능 저하와도 관련이 있으며, 반복적 발작이 발생하면 관절의 구조적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요산 수치를 보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수치 자체’가 아니라, 수치의 경향과 환자의 전신 상태, 과거력이다. 일시적으로 수치가 높아졌더라도, 발열이나 탈수, 과음, 과식 등 후천적 요인이 작용했을 수 있다. 실제로 감기나 열성질환 후, 혹은 단기간 금식이나 고단백 식단 직후에도 요산 수치가 일시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이 경우 추가적인 증상이나 변화 없이 안정된다면 경과 관찰만으로 충분하다.

    결국 요산 수치가 높다는 결과는 ‘경고’일 수는 있어도, 반드시 ‘치료’의 기준은 아니다. 단순한 수치 하나에 과도하게 불안해하기보다는, 생활습관 개선과 정기적인 경과 관찰, 필요시 전문의의 판단에 따른 개별적 접근이 중요하다. 숫자보다 몸의 신호를 먼저 살피는 태도가, 통풍을 예방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황인섭내과의원 황인섭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