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소방관, 기자 등 화재 현장서 동물 묶었던 줄 풀어줘묶여만 살았던 탓에 줄이 풀려도 주변을 맴돌아 화재 피해
  • ▲ 코리안독스(KDS) 관계자들이 영남 지역 산불 현장에서 동물들을 구호하고 있다. ⓒ루시의 친구들 제공
    ▲ 코리안독스(KDS) 관계자들이 영남 지역 산불 현장에서 동물들을 구호하고 있다. ⓒ루시의 친구들 제공
    "대피소로 동반 대피가 어렵자 내 손자와 같은 반려견이라며 대형 백구를 승합차에 싣고 함께 대피해 살려낸 어르신이 계셨다. 그리고 불을 피해 대피하면서 염소와 바둑이의 줄을 풀어준 주민, 소방관님이나 현장에 오신 기자 분들이 동물들이 탈출할 수 있도록 줄을 풀어 주기도 하셨죠.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희망을 주고 있는 거죠."

    최근까지 영남지역 산불 현장에서 동물 구조활동을 펼친 김복희 코리안독스(KDS) 대표의 한마디다.

    코리안독스를 포함한 동물단체 루시의친구들은 지난 23일부터 30일까지 경북 의성·안동·청송 등 산불 현장을 돌며 동물 구조활동을 펼쳤다.

    루시의친구들은 화재 현장에서 쇠줄에 매이거나 철장에 갇혀 불길에 사망한 다수의 반려동물과 농장동물들의 사체를 발견했다.
  • ▲ 동물단체 루시의 친구들 관계자들이 영남 지역 화재 지역에서 발견한 동물 사체. ⓒ루시의 친구들 제공
    ▲ 동물단체 루시의 친구들 관계자들이 영남 지역 화재 지역에서 발견한 동물 사체. ⓒ루시의 친구들 제공
    특히 평소 묶여만 살았던 탓에 줄이 풀려도 주변을 맴돌아 화재 피해를 당하거나 로드킬 등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구호활동 중 도로 가에 몸을 숨기고 있던 탈진 상태의 작은 개를 발견, 구조한 김현유 케이케이나인 레스큐(KK9R) 대표는 "개의 상태로 볼 때 오랫동안 방치 사육된 상태로 보이며 구조가 조금만 늦었으면 사망했을 것"이라며 "이 외에도 화재 현장에 여전히 묶여 방치되거나 평소에도 열악하고 박탈된 삶을 살았을 수많은 개들이 발견된다. 일단 먹이와 물을 공급했지만, 근본적으로 방치 사육이 해결되고 동반 대피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고령층이 주된 인구인 지역 특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김영환 동물권행동카라 정책국장은 "의성·청송·안동 등에 노령층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 특성에 따라 본인은 물론 동반 대피나 줄을 풀어주는 등의 활동이 취약하거나 불가능한 경우에 대한 후속 정책 제도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또 화재 현장의 동물 구호활동에는 수의사·동물단체·지자체 등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막대한 치료 비용 모금에 많은 시민의 관심을 호소했다.

    현재 루시의친구들의 구조활동을 위한 모금은 다음카카오 같이 가치에서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