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산사랑의병원 임영희 진료부원장
    ▲ 안산사랑의병원 임영희 진료부원장
    요즘처럼 하늘이 뿌옇게 흐린 날이면 진료실에서도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숨쉬기가 더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특히 기관지가 예민하거나 기존에 천식·알레르기성비염·만성기관지염 등을 앓는 사람들은 미세먼지에 노출될 때 증상이 악화하기 쉽다.

    미세먼지는 단순히 공기가 나쁜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크기가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인 미세먼지는 코와 기관지를 지나 폐 깊숙한 곳까지 도달할 수 있다. 

    초미세먼지(PM2.5)는 더 작아 폐포를 뚫고 혈관을 따라 전신으로 퍼질 수 있는데, 이로 인해 호흡기뿐 아니라 심혈관계와 면역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잘 알려져 있다.

    문제는 미세먼지 자체가 자극물질일 뿐 아니라, 그 표면에 바이러스·중금속·유해화학물질이 달라붙어 체내로 흡수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기침·가래·호흡곤란 같은 급성 증상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만성 염증이나 기관지 구조의 변화까지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미세먼지에 똑같이 반응하는 것은 아니다. 호흡기질환을 앓는 사람이나 어린이·노인·임신부·흡연자처럼 면역이 약하거나 폐 기능이 떨어진 경우에는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실제로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병원을 찾는 호흡기환자의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기도 한다.

    미세먼지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노출을 줄이는 것이다. 공기 질이 나쁜 날에는 외출을 자제하고, 불가피한 경우 KF94 이상의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외출 후에는 얼굴과 손을 깨끗이 씻고, 코와 입안까지 가볍게 헹궈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실내에도 미세먼지가 유입될 수 있으므로 환기는 공기 질이 좋은 시간대를 선택해 짧게 하고, 공기청정기를 사용할 때는 필터 관리도 잊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호흡기 점막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실내 습도를 40~60%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한 가지 더 주의할 점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격한 운동을 피하는 것이다. 운동 시 호흡량이 늘면서 미세먼지의 폐 흡수가 증가하기 때문에 야외 운동은 미세먼지 농도가 낮은 날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평소 호흡기건강을 위해서는 면역력을 높이는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 규칙적인 식사, 적절한 운동, 충분한 수면은 기본이다. 또한 기관지가 민감한 사람은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나 건조한 공기에 주의해야 한다. 실내에서는 가습기를 적절히 활용하고, 차가운 공기에는 마스크로 보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미세먼지는 단기간의 문제라기보다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마주치게 되는 환경 요인이다. 호흡기를 보호하는 습관은 한두 번의 관리로 끝나지 않고 꾸준한 실천이 필요한 이유다. 예방접종이나 건강검진과 함께 일상 속의 작은 관리가 나중에는 큰 차이를 만든다.

    임영희 안산사랑의병원 진료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