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출혈 단순한 문제 아니라 정확한 판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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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산사랑의병원 이두인 진료부원장
배변 후 휴지에 선홍색 피가 묻어나거나, 변기에 핏물이 떨어지는 경험은 많은 사람에게 불안감을 준다.대부분은 치핵(치질)이나 치열(항문 열상) 등 비교적 흔한 항문 질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지만, 모든 출혈이 단순한 문제는 아니기에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치핵은 항문 주위 정맥혈관이 확장돼 생긴 일종의 정맥류로, 배변 시 출혈이 가장 흔한 증상이다. 특히 딱딱한 변을 보거나 힘을 줄 때 출혈이 동반되며, 대부분 통증은 심하지 않다.반면 치열은 배변 시 항문이 찢어지면서 발생하는데, 날카로운 통증과 함께 소량의 출혈이 반복된다. 두 질환 모두 변비나 잘못된 배변 습관과 관련이 깊다.항문 출혈의 원인이 모두 항문에 있는 것은 아니다. 출혈이 변에 섞여 나오는 경우, 특히 변 색이 어둡거나 검붉은 경우에는 대장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대장 용종, 염증성 장질환, 심지어 초기 직장암도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단지 혈변만으로 발견되기도 한다. 특히 가족력이나 체중 감소, 복통 등의 동반 증상이 있다면 단순 항문 질환으로 넘기지 말고 대장내시경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또한 출혈 양상이 일정하지 않거나, 배변과 무관하게 갑자기 피가 흐르는 경우에는 치루, 항문농양 등 다른 외과적 원인도 함께 감별해야 한다. 출혈 부위가 항문 겉면인지, 항문 안쪽인지, 배변 후에만 나타나는지 등을 진료실에서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진단에 매우 중요하다.출혈과 함께 항문 주위가 붓거나 통증이 동반된다면, 단순 치핵보다는 염증성 항문 질환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앉을 때 불편하거나, 열감·압통이 느껴진다면 항문농양이나 급성 치핵염, 혹은 치루 초기일 수도 있다. 이런 경우는 증상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으므로 조기에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출혈이 반복되지만 통증은 없고, 출혈량도 점점 줄어든다고 해서 자연적으로 좋아질 것이라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치핵과 같은 질환도 방치할 경우 점차 진행되며, 내부에서 돌출되거나 출혈이 심해지는 등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커질 뿐 아니라, 더 복잡한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다행히 대부분의 항문 출혈은 비수술적 치료만으로도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 좌욕, 배변 습관 개선, 섬유질 섭취와 수분 보충만으로도 많은 증상이 호전된다. 하지만 증상이 반복되거나 원인이 불분명한 경우, 혹은 출혈 이외에 다른 이상 증상이 함께 나타날 경우에는 반드시 진료를 통해 원인을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많은 환자들이 항문 출혈을 민망하거나 가벼운 증상으로 여기고 진료를 미루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항문 출혈은 비교적 흔한 증상인 동시에, 때로는 중요한 이상 신호일 수 있다. 출혈이 반복되거나 증상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을 경우, 가까운 외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안산사랑의병원 이두인 진료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