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시방서에 맞지 않는 옹벽재 시공 드러나붕괴 토사에서 비닐 등 건설폐기물도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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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사현장에서 발견된 직경 40cm의 암석ⓒ오산시 제공
지난 7월의 오산 가장교차로 인근 고가도로 옹벽 붕괴사고 조사 과정에서 표준시방서와 달리 암석과 비닐 등 건설폐기물이 발견돼 부실 시공 의혹이 제기됐다.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와 오산시·경찰 등의 지난 8월21일 현장 합동조사 과정에서 무너진 옹벽 뒤 토사 속에서 설계와 다른 다수의 암석이 발견돼 시공 초기 단계부터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다.국가건설기준센터(KCSC)가 제작한 표준시방서에는 도로공사 시 옹벽 뒤 공간을 채우는 ‘뒤채움재’는 옹벽의 안정성과 내구성을 위해 입자의 최대 직경을 100mm 이하로 제한하도록 명시했다. 흙·모래·자갈 등이 서로 간의 마찰력으로 안정적 구조를 형성하도록 한 것이다.그러나 현장에서 발견된 암석 상당수는 기준을 초과해 최대 400mm가 넘는 암석도 확인됐다. 이러한 큰 암석을 사용하면 다지기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구조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으며 옹벽 내부 지오그리드(흙 구조물이나 지반 보강에 사용되는 격자형 고분자 재료) 손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
- ▲ 사고옹벽 벽변에서 발견된 폐비닐ⓒ오산시 제공
또한 뒤채움재 중 토사 사이에서 비닐 재질 건설폐기물이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표준시방서와 설계도서에서 요구하는 물 빠짐이 좋은 자재 조건과 상충된다.옹벽 블록 역시 설계와 달리 시공된 정황이 포착됐다. 설계도서는 가로 456mm, 세로 527mm, 높이 200mm 블록 사용을 명시했으나, 실제 시공 블록은 가로 450mm, 세로 400mm, 높이 200mm로 작았다. 블록 크기가 작아지면 각 블록 간 접촉 면적이 줄어 마찰력이 감소하고, 뒤채움재 속 빗물에 의한 토압 증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이에 따라 무너진 옹벽뿐 아니라 동일 시기에 건설된 다른 옹벽도 설계와 다르게 지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붕괴 지점은 현대건설이 2006~12년 시공한 양산~가장 구간(4.9km) 도로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했다.오산시는 사고 발생 옹벽의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 모래주머니를 쌓는 등 보강작업을 진행 중이며, 경찰과 사고조사위원회는 사고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조사 기한은 당초 지난 20일에서 오는 12월20일까지 3개월 연장됐다.오산지역의 한 토목 전문가는 “설계 기준을 벗어난 뒤채움재와 블록 사용은 옹벽의 안정성을 크게 저해한다”며 “향후 유사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시공 과정 전반에 대한 철저한 감독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한편, 지난 7월16일 오후 7시쯤 오산 가장교차로 수원 방향의 높이 10m 고가도로 옹벽이 무너지면서 아래 도로를 지나던 승용차를 덮쳐 40대 운전자가 사망했다.오산시 관계자는 “사고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유사 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사고조사위원회와 경찰이 공동으로 분석을 진행 중”이라며 “필요한 보강 및 안전 조치를 지속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