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부터 야간·휴일 당직 전화 AI가 1차 응대전화 몰려도 동시 응대로 대기 시간 '제로'취객 폭언도 AI가 받아내며 당직 근무 풍경 바꿔
  • ▲ 안양시청 전경. ⓒ안양시 제공
    ▲ 안양시청 전경. ⓒ안양시 제공
    -안양시청 당직실입니다. 필요하신 내용을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시민인데요. 집 앞 골목에 흰색 SUV가 소화전을 막고 서 있는데요. 처리해 주세요"

    -차량 번호가 어떻게 되나요? 위치도 알려주세요.

    지난 17일 오후 11시께, 안양시청 당직실에 걸려온 전화의 통화 내용이다. 신호가 두 번 울리기도 전에 전화를 받고, 차량 번호와 위치를 되물어 신고를 접수한 상대는 당직 근무자가 아니다. AI다. 

    안내 멘트를 듣고 메뉴 번호를 고르던 관공서 전화의 문법은 없었다. 사람에게 하듯 말하면 AI가 알아듣고 몇 번의 문답 끝에 "불법 주정차 신고가 접수됐다"는 답을 내놨다. 통화를 끊자 처리 안내가 담긴 문자가 도착했다. 접수까지 걸린 시간은 2분이 채 되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 이 시간의 시청 전화는 당직 근무자 몫이었다. 근무자가 다른 통화를 받고 있으면 시민은 통화중 신호음을 들으며 기다리거나 포기해야 했다. 이제는 다르다. AI가 여러 통화를 동시에 받기 때문에 전화가 몰려도 대기가 없다.

    안양시는 야간과 휴일, 공휴일에 접수되는 민원 전화를 AI가 우선 응대하는 'AI 당직 보이스봇' 서비스를 지난 6일부터 정식 운영하고 있다. 번호를 누르고 정해진 단어를 골라야 했던 기존 ARS 방식과 달리, 시민이 사람과 대화하듯 자연스럽게 민원을 설명하면 AI가 대화 맥락을 분석해 민원 유형을 분류하고 상황에 맞는 절차를 안내하는 대화형 전화 민원 서비스다.

    처리 방식은 민원 성격에 따라 갈린다. 불법 주정차 신고는 차량 종류와 번호, 발생 위치 등 접수에 필요한 내용을 순서대로 확인해 당직 민원으로 전달한다. 당직 근무자의 판단이나 직접 대응이 필요한 사안은 근무자에게 곧바로 연결해 후속 조치가 이뤄지도록 했다. 통화 중 시민이 다시 확인해야 하는 안내 사항은 문자로 제공돼 전화번호나 처리 내용을 따로 메모할 필요도 없다.

    당직실 안쪽의 풍경도 달라졌다. 야간 당직의 오랜 고충이던 취객 전화, 폭언과 욕설이 섞인 통화, 같은 내용을 묻는 반복 문의를 AI가 1차로 받아내면서, 당직 공무원들은 재난과 안전사고 등 긴급 상황 대응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당직 근무가 '전화를 버티는 일'에서 '조치가 필요한 일을 처리하는 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이번 사업은 안양시 젊은 공무원들로 구성된 '혁신주니어보드'의 제안에서 출발했다. 야간 당직 업무의 비효율과 반복 민원 대응 부담을 직접 겪어온 주니어보드 소속 직원들이 최신 AI 기술 도입을 제안했고, 시가 이를 수용하면서 사업이 신속하게 추진됐다. 현장의 문제의식이 위에서 내려온 지시가 아니라 아래에서 올라온 제안으로 풀린 사례다.

    시간적 행정 사각지대가 메워진 효과는 특정 계층에서 더 크다. 낮에 전화할 수 없는 맞벌이 가정과 야간 근무자, 다음 날을 기다려야 했던 고령자에게 오후 11시의 2분짜리 접수는 작지 않은 변화다.

    시는 정식 운영 이후 실제 통화 사례와 민원 처리 결과를 지속적으로 점검해 응대 정확도와 안내 범위를 개선할 계획이다. 시민 이용 과정에서 확인된 불편 사항도 서비스 운영에 반영한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AI 당직 보이스봇은 시민에게는 보다 신속하고 편리한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직원들에게는 효율적인 근무 환경을 제공하는 혁신적인 시스템"이라며 "운영 과정에서 나타나는 개선 과제를 지속적으로 보완해 시민 만족도와 행정 서비스 품질을 함께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