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중간단계서 멈추지만 드물게 췌장암으로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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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등을 통해 췌장에 낭종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진료실에 오는 사람들이 많다.췌장암의 나쁜 예후가 널리 알려지면서 '췌장'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걱정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췌장낭종은 무엇일까? 낭종은 고형성종양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고형성 종양이 아닌 액체가 들어 있는 혹을 의미한다. 간혹 고형성 종양의 내부가 녹거나 염증으로 인해 죽은 조직이 모여 낭종의 모양을 띠는 경우도 있다.그러나 대부분의 췌장낭종은 췌장 내부의 액체(점액이나 장액)를 분비하는 세포들이 과도하게 증식해 생긴다.췌장낭종의 이름은 생긴 모양에 따라 붙여진 것이다. 이 자체로 악성(암)인지 양성(암이 아닌 것)인지 또는 현재는 양성이지만 미래에 악성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나타내지 않는다.다만, 대부분의 낭종은 완전히 양성이거나 적어도 현재 단계에서는 양성인 경우가 많으므로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췌장낭종은 일반적으로 아프지 않고, 불편한 증상도 일으키지 않는다. 대부분 건강검진이나 다른 검사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왜 아프지도 않은 췌장 낭종에 대해 이야기하며, 검사가 필요할까?결국, ‘앞으로 췌장암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이다. 정상 췌장 조직이 바로 암세포로 변하지는 않는다. 손상된 조직이 회복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누적되면서 암이 발생하기도 한다. 췌장낭종은 이러한 중간단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대부분은 중간단계에서 멈추지만, 드물게 췌장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 그 확률은 낭종의 종류, 크기와 특징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췌장 낭종이 발견되면 추가 검사를 통해 종류와 크기, 모양 등을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 췌장암으로 진행할 확률을 따져보고 대응 방침을 정할 수 있다.췌장낭종이 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평가하려면 먼저 낭종의 종류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췌장의 양성 낭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첫째, 장액낭종(Serous Cystic Neoplasm, SCN)은 췌장 내에서 장액을 생산하는 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해 생긴다. 전체 췌장낭종 중 약 1/3에 해당하며, 주로 중년 이상의 여성에게 많이 발견된다. 장액낭종은 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거의 없으므로 정밀검사에서 확인되면 안심할 수 있다.둘째, 췌관내유두상점액종(Intraductal Papillary Mucinous Neoplasm, IPMN)은 췌관에서 발생하는 낭종이다. 췌관은 췌장액이 흐르는 경로로, 이 낭종은 특히 남성에게 많이 발생하며 매년 약 1% 정도가 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크기와 형태에 따라 암으로 변할 가능성이 다르므로, 정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마지막으로 점액낭종(Mucinous Cystic Neoplasm, MCN)은 췌장낭종 중 약 10% 정도를 차지하며, 상대적으로 젊은 여성에게 많이 발견되고 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더 높다. 따라서 점액낭종으로 진단되면 더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그렇다면 어떤 검사를 추가로 받아야 할까? 복부초음파 검사는 췌장 검사에 적합하지 않다. 췌장이 몸속 깊은 곳에 위치해 있어 관찰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CT는 췌장을 살펴보는 기본 검사로, 작은 낭종도 찾아낼 수 있다. 크기가 큰 경우에는 MRI나 내시경 초음파(EUS)와 같은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MRI는 방사선을 사용하지 않아 인체에 무해하며, 내시경 초음파는 높은 해상도로 작은 낭종의 내부 모양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의사가 직접 시술하는 검사이기 때문에 필요할 경우 낭종 내부의 액체를 뽑아 확인할 수도 있다.췌장낭성종양은 대부분 발견 당시 양성이지만 잠재적으로 암으로 진행할 수 있는 병변이다. 췌장암과는 다르므로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무시해서는 안 된다. 췌담도센터 의사와 상담해 치료 방침을 결정하고, 필요시 정기적인 추적 관찰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안산사랑의병원 강진형 진료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