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변비의 원인과 관리법
  • ▲ 사랑의소아청소년과의원 정기섭 원장
    ▲ 사랑의소아청소년과의원 정기섭 원장
    소아 변비는 진료실에서 매우 자주 접하게 되는 문제 중 하나다. 

    의학적으로는 배변 횟수가 적거나, 대변이 지나치게 단단해 아이가 배변을 힘들어하거나 고통스러워하는 상태를 말한다. 만 4세 이하 소아의 약 5~30%가 변비를 경험한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흔하지만, 보호자 입장에서는 매번 헷갈리고 걱정스러운 질환 중 하나다.

    소아 변비는 단순히 배변 간격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며칠에 한 번 싸는지가 아니라, 배변할 때 힘들어하거나, 대변이 굵고 단단하며, 항문 손상이 반복되는 양상이 함께 관찰되어야 진단할 수 있다. 

    특히 대변을 참거나, 배변을 회피하는 행동이 반복된다면 변비일 가능성이 크다. 보호자가 아이의 대변을 참는 행동을 '참을성'으로 여겨 놓치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의 소아 변비는 기능성 변비로, 기질적인 질환 없이 생긴다. 주된 원인은 식이섬유와 수분 섭취 부족, 변비를 악화시키는 식습관(치즈, 단 음식 위주 등), 배변 습관 형성의 실패, 스트레스, 환경 변화 등이다. 

    단, 드물게 갑상선 기능 저하증, 장 신경절 이상증(선천성 거대결장), 신경계 질환 등 기질적 원인에 의한 변비도 있어 반복된다면 반드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

    변비 치료는 단순히 대변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배변에 대해 갖고 있는 ‘불편함’과 ‘두려움’을 줄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변비가 반복되면 항문 통증이나 대변을 참는 습관으로 악순환이 발생한다.

    우선 변을 부드럽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수분과 섬유질을 충분히 섭취하게 하고, 과일(사과, 배, 키위 등)과 채소, 통곡류를 식단에 포함시키는 것이 좋다. 하루 1~2회 일정한 시간에 변기에 앉게 하여 배변 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많은 보호자가 약물 복용을 걱정하지만, 변비 치료에서 약물은 중요한 도구다. 변비가 장기화되면 스스로 회복하기 어려워지고, 항문 손상이나 심한 경우 대변 흘림(Encopresis)까지 이어질 수 있다. 락툴로오스(lactulose), 폴리에틸렌글리콜(PEG) 같은 약물은 장기 사용에도 비교적 안전하다. 그러나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용량과 기간을 조절해야 한다.

    소아 변비는 단순한 불편함 그 이상이다. 아이의 심리 상태, 식생활, 성장 과정과 맞물려 있고, 치료 시기를 놓치면 만성화되기 쉽다. 변비가 반복된다면 참지 말고, 아이에게 맞는 접근이 필요하다. 

    아이마다 배변 습관도 다르고, 원인도 다르다. 보호자의 꾸준한 관심과 의료진의 적절한 개입이 함께할 때 아이는 다시 건강한 배변 리듬을 되찾을 수 있다.

    사랑의소아청소년과의원 정기섭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