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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에 답이 있다는 행정소신을 밝히는 정명근 시장ⓒ정일형 기자
30분 단위로 나뉜 정명근 화성특례시장의 하루 일정표는 늘 꽉 차는 것으로 유명하다. 올해 인구 100만 명을 넘어 특례시가 되면서 정 시장의 공개된 일정은 더욱 눈코 뜰 새가 없다.
정 시장이 이 같이 많은 일정을 소화하는 이유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소신 때문이다. 이 소신은 정 시장이 9급 공무원으로 공직에 몸 담은 이후 100만 특례시장에 올라선 현재까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
어렵게 시간을 낸 정 시장을 만나 그동안의 성과와 향후 화성시의 청사진에 대해 들었다.
-임기의 절반 이상이 지났는데 시정을 평가한다면?
“약 3년의 시간을 쉼 없이 달려왔다. 주요 현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속도 있게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특례시 출범, 인구 104만 명 돌파, 약 16조900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 GTX-A 개통, 파라마운트 테마파크 유치 등 주요 현안이 하나씩 의미 있는 결실로 이어졌다. 이러한 성과는 시민들의 성원과 3000여 공직자의 헌신과 노력이 함께했기에 가능한 값진 결실이다. 앞으로의 임기는 그간의 성과들이 시민 개개인의 일상에 어떻게 녹아들고, 어떤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는지 체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다. 양적 성장의 결과가 질적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남은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
-공무원과 국회의원보좌관을 거쳐 시장이 됐는데 일련의 경험들이 시정에 미친 영향은?
“공직생활을 시작한 이후 줄곧 현장을 중시했다. 공무원으로 일하던 시절에는 주민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행정을 집행하며 시민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고 어떤 불편을 겪는지 직접 체감했다. 국회의원보좌관 시절에는 중앙정치의 흐름과 입법 과정, 정책의 기획과 조율 과정을 경험했다. 하나의 정책이 만들어지고 시행되기까지 수많은 논의와 조정, 그리고 무엇보다 현장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을 절감했다.
이러한 경험은 이후 시정을 이끌면서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행정 운영의 기반이 됐다. 무엇보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믿음은 시장이 된 지금도 변함없다. 시장이 된 이후에도 회의실보다 시민이 있는 곳, 행정이 실제로 작동하는 현장을 더 자주 찾는다. 책상보다 현장을, 보고보다 시민의 목소리를 중시하는 것은 앞으로도 흔들림 없는 소신이다.”
-지난 1월 특례시로 승격됐는데 달라진 점은?
“화성특례시는 17개 이양사무와 국회에서 입법 심사 중인 `특례시 지원 특별법 제정안'에 따른 19개의 신규 특례사무를 합쳐 총 36개 사무를 수행한다. 건축물 허가, 사회보장급여 소득 인정액 산정 기준 및 기본재산공제금액 확대, 관광특구 지정, 산지전용허가 범위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또 중앙정부를 상대로 협상력이 커지기 때문에 국책사업을 유치하는 데도 유리해졌다. 특례시 승격은 시민에게 더욱 신속하고 정밀한 행정 서비스를 제공할 제도적 기반을 갖췄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권한을 바탕으로 시민맞춤형 정책을 더욱 효과적으로 추진하고 지역의 특성과 요구에 부합하는 창의적이고 유연한 행정을 실현해 나갈 계획이다.”
-20조 원 규모의 투자유치가 조기에 달성될 것으로 보이는데?
“지난 2년8개월 동안 목표액 20조 원의 84.7%에 달하는 총 16조9227억 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성사시켰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내 데이터센터, 기아오토랜드화성 내 PBV 전용공장 및 특장차 클러스터 조성 등을 우선 꼽을 수 있다. 또한 현대-기아자동차 기술연구소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대웅제약 ‘나보타 제3공장’ 확장 투자, 대웅바이오 완제의약품 및 의료기기 생산 공장 투자도 이끌어냈다. 이와 함께 세계적 반도체회사인 ASML과 삼성전자가 공동으로 건립하는 R&D 시설을 유치했고, ASML사 ‘화성New캠퍼스’와 ASM의 ‘화성제2제조연구혁신센터’ 건립도 성사시켰다. 이런 추세라면 오는 6월 말 20조 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목표를 상향해 임기 내 25조 원 이상의 투자유치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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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유치에 대해 설명하는 정명근 시장ⓒ정일형 기자
-세계적 반도체기업 유치에 집중한 이유는?
“반도체는 우리나라 수출 1위 산업으로 국가의 운명과 생존이 걸려 있다. 지난해에도 반도체 수출 덕분에 한국이 세계 수출 순위에서 6위를 차지할 정도로 그 중요성은 매우 크다. 임기 초반부터 ASML·삼성전자 등 세계적 반도체기업 유치에 집중한 이유는 단순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넘어, 국가 산업생태계를 강화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우리 시는 중소벤처기업부가 2024년 벤처기업육성촉진지구로 지정한 동탄 일대를 중심으로 취득세 50%, 재산세 35% 감면 등의 세제 감면, 시제품 제작, 투자펀드 연계 지원 등을 통해 반도체기업을 육성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동탄~판교~강남을 연결하는 ‘반도체·R&D 산업 벨트’를 조성할 예정이다.”
-추가적인 반도체기업 유치 계획은?
“한국첨단반도체기술센터(ASTC)의 유치를 위해 현장을 뛰며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글로벌 반도체기업인 ASM, ASML 네덜란드 본사를 방문해 ASTC 유치 지원을 요청했고, ASTC의 모델인 벨기에 반도체종합연구소(IMEC)를 방문해 기관 설립과 운영 노하우를 전수받고 반도체 지원 정책 개발에 대한 자문을 요청했다. 앞으로도 화성시는 국가 대표 반도체도시라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글로벌 반도체기업의 전략적 투자를 지속적으로 유치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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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정명근 시장 ⓒ정일형 기자
-테크노폴 추진사업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화성테크노폴’ 프로젝트는 지역 내 주요 산업 거점을 중심으로 동·서·남부지역을 각각 반도체·미래차·바이오산업 특화지역으로 육성해 실리콘밸리 수준의 첨단 자족도시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동부지역에는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중심으로 ASML, ASM 등 세계적 반도체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다. 서부지역은 기아 오토랜드화성,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등 미래차 관련 기업과 연구시설이 밀집해 있으며, 남부지역은 한미약품·대웅제약 등 바이오기업들이 모여 바이오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테크노폴의 4가지 기본 요소인 정주 여건, 기술 여건, 첨단기업, 연구시설 등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특히 GTX-A 노선 개통과 향후 서해선·신안산선 연결로 서울과 접근성이 대폭 개선되고 있으며, 삼성전자·현대-기아자동차 등 글로벌 첨단 앵커 기업과 전국 최대 규모의 소부장 업체, 4100여 기업 부설 연구소가 탄탄한 산업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동탄신도시와 송산그린시티 개발사업 등으로 정주 여건도 크게 개선했다. 시민들이 화성에서 태어나고 성장해 우수한 일자리에서 일하고 풍부한 문화·예술을 즐기는 행복한 자족형 도시 구현이라는 화성테크노폴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남은 임기 동안 이러한 환경이 더욱 확고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행정 역량을 집중하겠다.”
-6월에 개최하는 AI 관련 행사는?
“6월 18일부터 20일까지 코엑스 C홀과 컨퍼런스룸에서 AI 주제로 한 행사를 개최한다. 행사는 AI가 화성특례시민들을 포함한 사람들의 일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그리고 앞으로 삶을 얼마나 편리하게 만들지에 중점을 두고 준비하고 있다.
화성특례시에서는 AI가 미래가 아닌 현실이다. 안전을 위해 화성특례시의 공영버스는 ‘AI 안전운전 솔루션’을 장착했고 화성의 어르신들은 ‘AI 로봇 활용 어르신 건강관리’ 시스템을 통해 인지훈련을 한다. 또, 24시간 1만 2500여 대의 CCTV가 AI 영상관제시스템과 연결돼 위험 상황을 감지하면 즉각 관제요원에게 경고를 보내고 대응이 이뤄진다.
행사에서는 이러한 AI를 소개하고 시민들이 AI 기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전시 및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 AI 기술과 시민 사이의 거리를 더욱 가깝게 하고, 앞으로 더 많은 시민들이 첨단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관광도시 화성의 이미지도 부상하고 있는데 좋은 곳을 추천한다면?
“우선 제부도를 추천한다. 제부도는 서해안의 낙조를 가장 아름답게 감상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다. 제부도는 하루 두 번 바닷길이 열리는 신비로운 섬으로, 밀물과 썰물에 따라 드러나는 갯벌과 도로는 아이들에게는 살아 있는 자연학습장이 되고, 어른들에게는 색다른 추억을 선사한다. 특히 해 질 무렵 붉게 물든 노을이 바다 위를 물들일 때의 풍경이 정말 아름답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융건릉은 조선 제22대 임금 정조와 그의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이 함께 자리해 깊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숲길을 따라 조용히 걷다 보면 잘 정돈된 산책로와 고요한 자연이 어우러져 마음이 절로 차분해진다. 특히 봄이면 능 주변으로 벚꽃이 흐드러지게 펴 마치 시간이 조선의 어느 봄날에 멈춘 듯한 아련한 느낌이 있다.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조용한 여유를 찾고 싶은 이들에게 융건릉은 역사와 자연이 함께 쉬어가는 따뜻한 쉼터가 될 것이다.”
-시민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오늘의 화성특례시는 어느 한 사람의 능력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매 순간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성과 참여, 그리고 지역에 대한 깊은 애정이 모여 지금의 화성을 일궈냈다. 현장에 직접 나가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듣고, 때로는 함께 울고 웃으며 걸어왔다. 늘 “시민이 곧 도시”라는 생각이었다. 그 길은 쉽지 않았지만, 시민의 응원과 신뢰는 언제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응원하고 격려해주신 시민들께 감사한다.
행정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하지만 그 무게만큼 시민의 삶이 더 따뜻하고 편리해질 수 있다면 기꺼이 그 무게를 감당하겠다. 정책 하나하나가 시민의 삶 깊숙이 닿을 수 있도록 더 세심히 살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