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위염은 위 점막 상태의 병리학적 표현
  • ▲ 용인삼성내과 이재근 원장
    ▲ 용인삼성내과 이재근 원장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든 환자들이 자주 하는 질문 중 하나는 “만성위염이 있다는데, 큰 병은 아니죠?”라는 말이다. 

    만성위염은 우리나라 성인 인구 절반 이상에서 발견될 정도로 흔하지만, 그 개념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만성위염’이라는 표현은 질환이라기보다 위 점막의 상태를 기술한 병리학적 표현에 가깝다.

    위내시경 결과에서 만성위염이라고 표현되는 경우, 실제로는 염증이 활발히 진행 중이라기보다 점막이 얇아지거나, 위축됐거나, 장처럼 변형된 상태가 관찰된 경우가 많다. 

    이는 과거의 염증 후유증이거나 위암 발생과 관련한 구조적 변화일 수 있다. 특히 내시경 결과에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 등의 용어가 함께 보인다면, 이는 단순한 위염과는 구별되는 상황이다. 

    위축성 위염은 점막의 방어 능력이 저하된 상태를 의미하며, 장상피화생은 위 점막이 장의 세포 형태로 바뀐 것으로 위암의 전 단계로 간주되기도 한다.

    많은 환자가 위염이라는 말에만 집중해 위장약만 복용하면 충분하다고 여기지만, 점막의 구조적 변화는 약물로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따라서 증상이 없더라도 위축성 변화나 장상피화생이 있다면 생활습관의 교정과 정기적인 내시경 추적이 필요하다. 특히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동반된 경우 제균 치료 여부도 진료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만성위염이라는 표현은 익숙하고 흔하지만,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이 용어 안에는 위 점막의 구조적 변화와 잠재적 위암 위험이 숨어 있을 수 있다. 

    내시경 결과지를 해석할 때는 단순한 ‘염증’이 아닌, 위 건강 전반에 대한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기적인 관리와 관심이 위 건강을 지키는 핵심이다.

    많은 환자들이 내시경 결과를 받아들고도 “아무 이상 없다는데요”라고 말하고는 한다.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넘기기보다,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읽어내는 태도가 필요하다. 

    위는 자극에도 비교적 무던한 장기이기에 눈에 띄는 증상이 없더라도 이미 변화가 시작된 경우가 적지 않다. 검진을 단지 결과로만 보지 않고, 그 너머의 과정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는다면 위 건강을 지켜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재근 용인삼성내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