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질환, 제2형 당뇨병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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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인삼성내과 이경훈 원장
간은 인체의 대사와 해독을 담당하는 중요한 장기지만 평소 증상이 거의 없어 이상이 생기더라도 조기에 발견하기 어렵다.특히 최근 건강검진에서 '지방간'을 지적받는 경우가 많지만, 이를 단순한 건강 상태의 변화로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사례가 흔하다.그러나 지방간은 단순한 지방 축적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간염·간섬유화, 심하면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질환이다.지방간은 말 그대로 간세포 내에 지방이 과도하게 쌓이는 상태를 의미한다. 알코올 섭취와 관련 있는 알코올성 지방간과, 술을 마시지 않아도 생기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나뉜다.특히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국내에서도 진단 빈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대사증후군(비만·고지혈증·당뇨 등)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최근에는 20~30대 젊은 층에서도 비만, 운동 부족, 불규칙한 식습관 등의 영향으로 지방간이 흔히 발견된다.지방간은 대부분 증상이 없고 간기능검사(AST, ALT 등)에서도 수치가 정상이거나 약간 상승한 정도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혈액검사만으로는 지방간을 진단하기 어렵고, 복부초음파·CT 또는 간 탄성도를 측정하는 섬유화검사를 통해 지방 축적과 간 섬유화 정도를 함께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지방간 환자 중 일부는 지방간염으로 발전하는데, 이 경우 간세포 손상과 염증이 동반하면서 간경변으로 진행될 수 있다.정확한 진단뿐 아니라 지속적인 추적관찰과 생활 습관 개선도 핵심이다. 지방간 자체를 치료하는 명확한 약물은 아직 없으며, 현재로서는 체중 감량, 규칙적인 운동, 저탄수화물·저지방 식단 유지가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인정되고 있다.특히 전체 체중의 5~10%를 감량하면 간 내 지방 축적이 상당히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만 체중 감량은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급격한 다이어트는 오히려 간 기능을 악화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또한 지방간은 간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심혈관질환·제2형당뇨병·신장질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사질환의 경고 신호이기도 하다. 건강검진에서 지방간 소견이 나왔다면 단순 피로나 일시적 변화로 여기지 말고 식습관·체중·운동량 등을 점검하고 생활 전반을 적극적으로 조정해야 한다.증상이 없다고 방심하지 말고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간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필요한 경우 내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지방간은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면 충분히 되돌릴 수 있는 질환이지만, 방치하면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이경훈 용인삼성내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