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의학과에서 보는 폐 건강의 첫 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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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산사랑의병원 오재천 의무원장
폐암은 조기 발견이 어려운 대표적 질환이다. 대부분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되며, 기침·호흡곤란·흉통 같은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조기 진단을 위한 영상검사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흉부 X-ray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폐질환 선별검사지만, 작은 결절이나 초기 병변은 놓치기 쉽다. 특히 종괴가 숨골 뒤쪽이나 심장·갈비뼈 등에 가려지면 발견이 더욱 어렵다. 반면 저선량 흉부 CT는 해상도가 높고 1㎝ 이하의 작은 병변까지 확인 가능해 폐암 조기 진단에 매우 유용하다.저선량 CT는 일반 CT보다 방사선 노출을 낮춘 검사로, 55세 이상 흡연자 같은 폐암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국가검진 항목에도 포함돼 있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저선량 CT를 활용한 조기 검진이 폐암 사망률을 유의미하게 낮춘다는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저선량 CT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방사선 노출은 줄였지만 여전히 연간 반복검사 시 일정 누적량이 발생하며, 위양성률로 인한 불필요한 추가 검사나 수술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이 같은 이득과 부담을 균형 있게 판단해 대상자에게 최적의 검사 방식을 선택하도록 돕는다.CT 촬영 후 판독 역시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결절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모양·크기·경계·성장속도 등 다양한 영상학적 소견을 종합해 악성 가능성을 판단하게 된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정밀 추적이 필요한지, 조직검사가 필요한지를 결정하게 된다.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반 영상 진단 보조 기술도 함께 활용되고 있다. 환자의 저선량 CT 영상에서 폐결절의 크기·밀도·모양·성장속도 등을 자동 분석하고, 고위험 결절을 조기에 분류하거나 추적검사 시점을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준다.국내에서도 일부 대형병원과 검진센터에서는 상용화된 AI 폐결절 분석 소프트웨어를 진단 보조 도구로 활용하며, 영상의학 전문의의 판독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AI는 도구일 뿐, 최종 판단은 여전히 전문의의 몫이다. 영상의학과는 단순히 이미지를 촬영하는 곳이 아니라, 이를 해석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진단의 중심’ 역할을 한다.폐암은 조기 진단이 곧 생존률을 결정짓는 질환이다. 저선량 CT는 그 핵심 도구이며, 올바른 시점과 대상, 해석을 통해 그 효과는 극대화될 수 있다. 영상의학과는 보이지 않는 내부의 이상을 누구보다 먼저 감지하는 감시자이자, 진단과 치료를 연결하는 교량의 역할을 한다. 조용히 진행되는 폐암일수록 조용한 신호를 읽는 영상의학의 역할이 더욱 빛을 발한다.오재천 안산사랑의병원 의무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