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식·기관지염 환자가 조심해야 할 계절 관리 포인트
  • ▲ 안산사랑의병원 임영희 진료부원장
    ▲ 안산사랑의병원 임영희 진료부원장
    장마가 시작되면 병원을 찾는 천식·기관지염 환자가 늘어난다.

    “평소에는 괜찮았는데, 비가 오고 나서부터 숨쉬기가 답답해졌어요” “기침이 멎지 않아요” 같은 호소가 많아지는 시기다. 이는 단순히 날씨가 궂어서 생기는 기분 탓이 아니다. 실제로 장마철 환경은 호흡기질환을 악화하는 여러 요인을 포함하고 있다.

    첫째는 습도다. 장마철에는 상대습도가 80% 이상 올라가는 날이 많다. 습도가 높으면 집먼지진드기나 곰팡이 같은 알레르겐이 번식하기 쉬워지고, 실내 공기 중 부유 입자도 증가해 호흡기 점막을 자극할 수 있다. 특히 천식 환자에게는 이러한 환경이 기관지 과민반응을 유발해 증상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

    둘째는 실내 공기 질이다. 장마로 창문을 닫아두는 시간이 길어지고, 환기가 부족해지면서 실내 미세먼지, VOCs(휘발성유기화합물), 곰팡이 포자 등이 농축된다. 에어컨 필터가 오염됐거나 제습기 사용이 적절하지 않은 경우에는 오히려 실내 환경이 더 악화할 수 있다. 만성기관지염 환자나 노약자는 이런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셋째는 급격한 온도 차이다. 외부의 무더위와 냉방으로 인한 실내 저온이 반복되면 호흡기 점막이 자극되고 바이러스 방어 능력이 떨어져 감기처럼 보이는 상기도 감염이 자주 발생한다. 이 역시 천식·COPD(만성폐쇄성폐질환) 등 기저질환자에게는 증상 악화 요인이 된다.

    이러한 위험요인을 줄이기 위해서는 생활환경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내 온도는 24~26도, 습도는 40~60%로 유지하는 것이 좋으며, 에어컨 필터와 제습기는 정기적으로 청소하는 것이 필요하다. 날씨가 맑은 틈을 타 하루 한두 번은 반드시 환기하고, 침구류·커튼처럼 먼지가 잘 쌓이는 소재는 주기적으로 세탁해야 한다.

    또한 평소 천식이나 기관지염 약물을 복용 중인 환자라면 장마철에는 증상이 심해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정해진 약 복용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증상이 반복되거나 악화하는 경우에는 무리하게 참지 말고 의사의 진료를 통해 조기 조치를 받는 것이 좋다.

    장마철은 단순히 불편한 계절이 아니라, 호흡기 건강에는 하나의 '위험 구간'이 될 수 있다. 특히 고위험군에 속하는 환자일수록 계절 변화에 따른 생활습관 조정이 필수다. 실내환경을 조금만 신경 써도 큰 증상 악화를 막을 수 있다. 하루 중 일정한 시간에 창문을 열고, 먼지를 줄이고, 몸을 따뜻하게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호흡기는 훨씬 더 편안해질 수 있다.

    임영희 안산사랑의병원 진료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