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퇴골두무혈성괴사, 고관절이 보내는 경고
-
- ▲ 이길재 안산사랑의병원 병원장
걷거나 오래 서 있으면 사타구니가 뻐근하고 허벅지 앞이나 엉덩이 쪽으로 묵직한 통증이 번질 때, 대부분은 근육이 뭉쳤다고 생각한다.하지만 통증이 며칠 쉬어도 반복되고, 앉았다 일어날 때 유독 심하거나 밤에도 쑤신다면 대퇴골두무혈성괴사를 의심해야 한다. 이 질환은 고관절에서 흔히 발생하며, 초기에 놓치면 관절이 무너지고 일상생활이 크게 불편해진다.대퇴골두는 몸무게를 전부 받아내는 공 모양의 머리 부분이다. 이 부위에는 가느다란 혈관들이 뼈 속으로 들어가 영양을 공급하는데, 술을 오래 마시거나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복용한 경우, 혹은 고관절 탈구나 골절을 겪은 경우 혈류가 줄거나 막히게 된다.혈액 공급이 끊기면 뼈 세포가 서서히 죽고, 미세골절이 반복되면서 결국 둥근 머리가 납작해지고 무너진다. 연골이 멀쩡해 보여도 받침대가 약해지면 결국 관절염으로 이어진다.통증은 주로 사타구니에서 시작하지만 허벅지·엉덩이, 때로는 무릎으로 번져 무릎질환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계단을 오르거나 오래 걸으면 통증이 심해지고, 절뚝거리는 경우도 있다. X-ray에서는 정상이더라도 MRI를 통해 보면 이미 병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 MRI는 뼈 속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포착하므로, 증상이 의심되면 반대쪽 고관절까지 함께 검사하는 것이 안전하다.휴식이나 진통제는 통증을 일시적으로 줄일 뿐 병의 진행을 멈추지 못한다. 초기 단계라면 체중 부하를 조절하고, 지팡이나 목발을 이용해 고관절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음주와 흡연을 중단하고, 스테로이드는 꼭 필요한 최소 용량과 기간만 사용해야 한다. 혈류를 방해하는 콜레스테롤 이상이나 자가면역질환이 있다면 함께 관리해야 재발 위험을 낮출 수 있다.병이 더 진행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코어 감압술은 뼈 속 압력을 낮춰 새로운 혈류가 생기도록 돕는 대표적 수술이다. 병변이 크거나 하중이 집중되는 부위라면 절골술로 힘이 덜 가게 조정할 수 있다. 이미 뼈가 무너지고 관절염이 동반된 단계라면 인공고관절치환술이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다. 최근 인공관절은 내구성과 움직임이 좋아져 직장이나 운동 복귀도 가능하다.사타구니 통증이 2주 이상 반복된다면 지켜보기보다 빨리 확인하는 것이 현명하다. 특히 스테로이드를 복용 중이거나 음주·흡연 습관이 있는 30~50대, 또는 고관절 탈구나 골절을 겪은 적이 있는 사람은 더 주의해야 한다.원인 모를 무릎 통증이 계속되고 고관절을 돌릴 때 아프다면 그 또한 고관절에서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 조기 MRI 검사로 병기를 정확히 파악하고 단계에 맞는 치료를 시작하면 고관절을 오래 지킬 수 있다.고관절은 하루에도 수천 번 굽히고 펴는 움직임의 중심이다. 통증을 참고 버티는 동안 병은 조용히 진행될 수 있다. 원인을 바로 보고 필요한 만큼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관절과 삶의 질을 지키는 길이다.이길재 안산사랑의병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