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배터리팩 외부 충격 가능성", 정확한 원인 규명 못해과실치상’으로 관리소장 등 4명 입건
  • ▲ 지난 9월 인천 청라국제도시 화재현장에서 경찰과 소방본부 등 합동감식반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 인천소방본부 제공
    ▲ 지난 9월 인천 청라국제도시 화재현장에서 경찰과 소방본부 등 합동감식반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 인천소방본부 제공
    지난 8월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의 원인이 4개월 동안 경찰 수사에도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인천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청라국제도시 모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A씨 등 4명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28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 8월1일 인천시 서구 청라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 때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입주민 등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가운데 야간 당직자였던 A씨는 불이 난 직후 정지 버튼을 눌러 스프링클러가 작동되지 않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입주민 등 23명이 연기를 마시거나 어지럼증을 호소해 병원 치료를 받았으며, 차량 87대가 불에 타고 783대가 그을리는 등 피해가 컸다. 연기를 흡입한 23명 가운데 3명은 경찰에 상해 진단서를 제출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경보기 등이 오작동하면 아파트 입주민들이 항의할 수 있어 일단 스프링클러부터 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함께 입건된 피의자들은 아파트관리사무소장과 총괄소방안전관리자 등이다.

    경찰은 형사기동대장을 팀장으로 전담 팀까지 꾸려 4개월 동안 수사했으나 명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내지 못했다.

    경찰은 이 기간 벤츠코리아 서울사무실 포함 4곳을 압수수색하고 합동 감식도 3차례나 진행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감정 후 불이 난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 팩 아래쪽에 외부 충격이 가해져 손상되면서 불이 났거나, 배터리 팩 내부의 '절연 파괴'(절연체가 특성을 잃는 현상) 과정에서 발생한 전기적 발열로 발화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전기차 배터리의 자체 결함이 확인되지 않으면서 벤츠코리아와 독일 벤츠 본사는 형사 처벌을 피했다.

    경찰은 벤츠코리아와 독일 벤츠 본사 관계자들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독일 벤츠 본사 소속 기술자는 경찰 조사에서 "배터리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우리도 정확한 원인을 모르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88건을 분석했지만 대부분 교통사고 후 불이 난 사례였으며, 주차된 상태에서 저절로 전기차에서 화재가 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차량 하부에 외부 충격을 줄 만한 운행 이력은 없었고, 다른 이유로 '리콜'을 받은 내역도 없었다"면서 "화재 발생 후 조치가 미흡해 피해가 커졌기 때문에 관련자들에게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