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종·피로·식욕저하·고혈압·야뇨증 등 동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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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산사랑의병원 차건영 진료원장
만성콩팥병(CKD, Chronic Kidney Disease)은 이름처럼 ‘만성’으로 진행되지만, 그 진행 속도만큼이나 증상도 조용하다.많은 환자가 진단을 받기 전까지 아무런 자각증상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조용한 신장 파괴자’라고도 불린다.만성콩팥병은 3개월 이상 신장 기능이 지속적으로 저하된 상태를 의미한다. 사구체여과율(GFR)이 60mL/min/1.73㎡ 이하로 떨어지거나, 소변검사에서 단백뇨 혹은 혈뇨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우 진단할 수 있다.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지만, 병이 진행되면 부종·피로·식욕저하·고혈압·야뇨증 등이 동반될 수 있다.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만성콩팥병이 단독 질환이 아닌 ‘전신질환의 결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고혈압과 당뇨병은 CKD의 가장 흔한 원인질환으로, 이 두 질환을 오래 앓거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신장의 모세혈관이 서서히 손상돼 기능 저하로 이어진다. 고령·비만·심혈관질환·가족력 역시 주요 위험 요인이다.만성콩팥병은 진행 정도에 따라 1단계부터 5단계로 분류된다. 3단계 이상에서는 전문적인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며, 5단계는 투석이나 신장 이식이 필요한 말기 신부전(ESRD) 상태로 진행된다. 따라서 조기 발견과 예방 관리가 치료만큼 중요하다.진단은 혈액검사를 통한 크레아티닌 수치와 사구체여과율 계산, 소변검사를 통한 단백뇨 확인으로 비교적 간단하게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정기적인 검진을 받지 않으면 환자는 대부분 3~4단계 이상의 진행 상태에서 뒤늦게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치료는 병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한 후 신장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고 악화를 늦추는 데 초점을 맞춘다. CKD 진행을 늦추기 위한 약물치료로는 ACE 억제제나 ARB 계열 약물이 자주 사용된다.이들은 혈압을 조절할 뿐 아니라 신장의 부담을 줄이고 단백뇨를 감소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단백질 섭취 조절, 나트륨·인 섭취 제한, 체중 관리, 금연 등 생활습관의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최근에는 만성콩팥병이 단순한 신장질환이 아니라 심혈관질환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 ‘전신질환의 지표’로 인식되고 있다.연구에 따르면 CKD 환자는 심근경색·뇌졸중·부정맥 등 주요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이 일반인보다 2~3배 높다. 신장 기능이 떨어질수록 이들 위험은 더 커지므로 CKD 관리는 단순히 ‘투석을 피하기 위한 노력’ 그 이상이다.만성콩팥병은 느리지만 분명히 진행되는 질환이다. 조용히 악화하다 어느 날 갑자기 심각한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정기적인 신장기능검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내 몸 안의 작은 장기지만, 생명을 지키는 데 신장은 결코 작은 존재가 아니다.차건영 안산사랑의병원 진료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