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이요법은 가장 실천적이면서 가장 어려운 관리 영역
  • ▲ 안산사랑의병원 차건영 진료원장
    ▲ 안산사랑의병원 차건영 진료원장
    만성콩팥병(CKD)은 신장 기능이 점진적으로 저하되는 질환으로, 자각 증상이 없어도 진행되는 특성이 있다. 

    지난 칼럼에서 만성콩팥병의 원인과 진단, 치료의 전반적인 흐름을 다뤘다면, 이번에는 실제 환자들에게 더 실질적인 고민이 되는 ‘식이요법’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많은 환자들이 만성콩팥병 진단 후 가장 먼저 듣는 조언 중 하나가 “단백질 섭취를 줄이세요”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음식을 줄이고, 얼마나 조절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모호한 경우가 많다. 식이요법은 단순한 식단 제한이 아니라, 질환의 경과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관리 방법이다.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식이요법이 중요한 이유는 신장이 체내 노폐물과 수분, 전해질을 배설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신장 기능이 저하되면 이 과정에 문제가 생기고, 이로 인해 체내에 독성 물질이나 특정 전해질이 축적될 수 있다. 따라서 음식 섭취 자체가 신장의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어 조절이 필요하다.

    식이요법의 가장 큰 원칙은 ‘단백질 섭취 제한’이다. 단백질은 체내에서 분해되어 요소, 크레아티닌 등의 노폐물을 생성한다. 신장이 이를 충분히 배설하지 못하면 혈중 수치가 상승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3단계 이상의 만성콩팥병 환자에게는 저단백 식이를 권장하며, 1일 단백질 섭취량은 체중 1㎏당 약 0.6~0.8g 수준으로 제한한다. 단, 지나치게 단백질을 제한하면 영양 불균형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의사나 영양사의 상담을 통해 개별 조정이 필요하다.

    또한 나트륨(소금) 섭취 제한도 핵심이다. 나트륨은 혈압을 상승시키고, 수분 저류를 유발해 부종과 고혈압을 악화시킬 수 있다. 하루 2g(소금 약 5g) 이하의 나트륨 섭취가 권장되며, 가공식품이나 외식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칼륨 역시 주의해야 한다. 신장 기능이 저하되면 칼륨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고칼륨혈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심장 부정맥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바나나, 키위, 감자, 시금치 등 칼륨이 풍부한 식품은 필요 시 제한하고, 조리 시 물에 데치거나 물에 오래 담가두는 방식으로 칼륨을 낮추는 조리가 도움이 된다.

    인 섭취 제한도 중요한 항목 중 하나다. 인은 가공식품, 탄산음료, 육가공품 등에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신장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인 수치가 높아지면 뼈 건강에 악영향을 주고 심혈관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수분 섭취 역시 환자의 상태에 따라 조절이 필요하다. 아직 소변량이 충분한 초기 단계라면 수분 제한이 필요하지 않지만, 진행된 만성콩팥병나 심부전이 동반된 경우 수분 섭취량까지 제한할 수 있다.

    환자들이 혼란스러워하는 이유는 병의 단계, 체중, 동반 질환에 따라 식이요법의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환자가 똑같이’ 따르는 식단은 존재하지 않으며, 환자 개인의 상태에 맞는 맞춤형 식이 계획이 반드시 필요하다.

    만성콩팥병은 약물치료와 함께 생활습관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 그 중에서도 식이요법은 가장 실천적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관리 영역 중 하나다. 식사의 변화는 단기간의 노력이 아닌, 지속 가능한 조절을 필요로 한다.

    ‘뭐든 조금 먹으면 괜찮다’는 태도보다 ‘내 신장이 감당할 수 있는 양은 어디까지인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사 습관은 약보다 더 오래, 더 깊게 질환의 경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안산사랑의병원 차건영 진료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