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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인삼성내과 이경훈 원장
목에 뭔가 걸린 듯한 이물감, 잦은 가래, 목을 자주 가다듬는 습관, 혹은 목소리 변화. 이런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 중 많은 수가 스스로 '역류성 식도염(GERD, Gastroesophageal Reflux Disease)인 것 같다'고 말하고는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역류성 인후두염(LPR, Laryngopharyngeal Reflux)이라는 용어가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인후두 증상 또한 위산 역류로 인한 문제로 여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역류성 식도염과 역류성 인후두염은 위산이 역류하면서 발생한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병태생리와 증상 양상, 치료 접근이 서로 다른 질환이다. 특히 목 이물감이나 쉰 목소리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고 해서 반드시 위산 역류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역류성 식도염은 식도 하부의 괄약근 기능 저하로 인해 위산이 식도로 올라오면서 속쓰림·가슴통증·트림 등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반면, 역류성 인후두염은 위산이 식도를 넘어 인후두까지 올라와 자극을 유발하는 상태로, 속쓰림 같은 전형적인 소화기 증상 없이 목·귀·코에 영향을 주는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문제는 인후 이물감이나 잦은 헛기침 같은 증상이 있을 때 위내시경에서 별다른 이상이 없더라도 ‘위산 역류’로 단정하고 제산제나 위산억제제를 처방받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물감의 원인이 반드시 위산 역류는 아닐 수 있다. 후비루(비후두 역류)·알레르기·경부근긴장·갑상선질환, 심지어 불안장애·스트레스 같은 기능적 요인들도 인후두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최근 가이드라인에서도 역류성 인후두염의 진단은 단순 증상만으로 이뤄져서는 안 되며 내시경, 인후두내시경, 24시간 식도 산도검사 등 다면적 평가가 필요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목 이물감만을 근거로 위산억제제를 장기 복용하는 것은 치료 효과가 제한적일 뿐 아니라, 위산 분비의 생리적 기능을 떨어뜨려 부작용 위험도 증가시킬 수 있다. 위산은 소화만을 위한 물질이 아니라 위점막 방어와 장내 미생물 균형 유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위산 역류가 인후두 증상과 전혀 무관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로 일부 환자에서는 위산이 인후까지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으며, 특히 취침 직전 식사, 잦은 카페인 섭취, 만성 복압 상승 등이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단 없이 무조건 약물치료에 의존하기보다 증상의 양상과 유발인자, 동반질환 등을 면밀히 살피는 일이다.
목 이물감이 지속된다면, 그 원인이 반드시 위에 있는 것은 아닐 수 있다. 위산억제제 복용만으로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증상 일지를 작성해보거나 전문의의 다각적인 진료를 통해 더욱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이 경우 식사 습관, 수면 자세, 음성 사용 습관, 알레르기 이력까지 함께 점검해보아야 비로소 해답에 가까워질 수 있다.
이경훈 용인삼성내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