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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소아청소년과의원 정기섭 원장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 병원에 자주 오는 아이를 보면 부모들은 으레 “우리 아이 면역력이 약한 걸까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실제로 소아가 잦은 감염에 노출될 때 단순한 생활 패턴의 문제인지, 면역 기능 이상을 의심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감기, 얼마나 자주 걸려야 이상한 것일까?
소아, 특히 유아기의 아이들은 면역체계가 아직 완전하지 않다. 특히 6세 이하의 경우 연간 6~8회 정도의 감기나 바이러스 감염은 흔한 현상이다. 어린이집·유치원 등 단체생활을 시작하면 감염에 노출 기회가 많아져 일시적으로 감염 빈도가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한 달에 두세 번씩 고열을 동반한 감염이 반복되거나, 같은 부위의 감염이 지속적으로 재발하는 경우에는 단순한 생활 노출을 넘어선 면역력의 문제를 고민해볼 수 있다. 특히 중이염·폐렴·부비동염·설사 등이 반복되는 양상을 보일 때는 더욱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반복 감염, 면역력 이상일 수도 있다
소아에서 면역력 저하의 원인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선천적으로 면역계에 이상이 있는 ‘1차 면역결핍질환’, 또 하나는 환경적 요인이나 치료 중인 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2차 면역결핍’이다.
1차 면역결핍은 드물지만, 진단이 늦어질 경우 아이의 성장과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 생후 6개월 이후에도 감염이 너무 잦거나 항생제 치료에 반응이 없고 장기간 고열이 지속되는 경우라면 면역검사를 통해 기능 이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반면 2차 면역결핍은 영양 불균형, 수면 부족, 만성 스트레스, 알레르기질환 등으로 인해 면역 기능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성장 발달이 정상적이고 감염 후 회복이 빠르며 전신 상태가 안정적이라면 대부분은 자연스럽게 호전될 수 있다.
◇면역력 높이는 방법, 실은 기본 생활습관
면역력은 결코 ‘특별한’ 방법으로 강화되지 않는다. 균형 잡힌 식사, 충분한 수면, 적절한 신체 활동이 가장 효과적인 면역 강화 수단이다. 아이가 밥을 잘 안 먹는다고 해서 무조건 영양제를 추가하기보다 식습관 자체를 다시 점검하고 활동량과 수면 패턴을 조율하는 것이 더 우선이다.
또한 지나친 항생제 사용은 오히려 아이의 정상적인 면역 발달을 방해할 수 있다. 반복되는 감염이 있을 때는 ‘병을 이기는 힘’을 기르기 위해 어떤 감염은 자연적인 경과를 허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열이 너무 높거나 기침이 길게 지속되는 경우는 예외다.
반복되는 감염은 모든 부모에게 걱정거리다. 하지만 감염의 횟수보다 회복 속도, 감염의 종류, 전신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단순한 감기를 면역력 문제로 단정짓기보다 아이의 전체적인 발달과 생활 패턴을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의 면역은 자라는 과정에서 점차 완성되어 간다. 너무 이른 판단보다 의학적으로 필요한 검사는 받되, 일상에서 아이의 건강을 지켜보며 함께 성장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기섭 사랑의소아청소년과의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