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전단계 신호일 수 있어
  • ▲ 용인삼성내과 이재근 원장
    ▲ 용인삼성내과 이재근 원장
    식사 후 졸음이 쏟아지는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겪는다. 특히 점심식사 후 업무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나른함이 몰려오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생리반응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증상이 반복적으로, 특히 식후 1~2시간 사이에 뚜렷하게 나타난다면 단순한 식곤증이 아니라 혈당 조절 이상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음식을 섭취하면 혈당이 오르고, 이에 반응해 인슐린이 분비된다. 이 과정은 몸의 기본적인 대사작용으로, 대부분의 경우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고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자주 하거나, 이미 인슐린 기능에 부담이 가해지는 상태에서는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되면서 혈당이 급격히 떨어지기도 한다. 

    이때 뇌로 가는 포도당 공급이 줄어들어 졸림이나 무기력감, 때로는 어지럼증이나 두근거림 같은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반응이 반복된다면 ‘공복혈당장애’나 ‘내당능장애’ 같은 당뇨병 전단계 상태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당뇨병 전단계는 혈당이 정상과 당뇨병 진단 기준 사이에 머물러 있는 상태로, 공복혈당이 100에서 125mg/dL 사이거나, 식후 2시간 혈당이 140에서 199mg/dL 사이인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당화혈색소가 5.7~6.4% 범위에 해당할 때도 포함되며, 이 단계는 자각증상이 거의 없어 간과하기 쉽지만, 당뇨병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문제는 대부분의 환자가 이 같은 혈당 반응 이상을 단순한 피로나 스트레스로 넘긴다는 점이다. 특히 젊은 층이나 마른 체형의 사람일수록 ‘나는 당뇨와 무관하다’는 생각을 갖기 쉽다. 

    하지만 당뇨병 전단계는 체중·연령과 무관하게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다. 오히려 마른 체형이지만 평소 활동량이 부족하거나 불규칙한 식사 습관을 가진 경우 혈당 조절에 더 취약할 수 있다.

    식후 졸림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증상으로 넘기기보다 혈당 수치의 흐름을 한 번쯤 점검해보는 것이 좋다. 공복혈당과 당화혈색소, 필요 시 식후 혈당까지 확인하면 현재 상태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진단 결과가 경계 수치에 해당된다면 약물치료보다 생활습관 개선이 우선 권고된다. 특별한 치료 없이도 식사 구성만 조절해도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 정제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함께 섭취하면 혈당이 천천히 오르기 때문에 급격한 인슐린 반응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식후 가벼운 산책은 혈당 조절에 효과적인 생활습관이다. 하루 30분, 주 5회 이상의 유산소운동은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식사 후 졸음은 흔한 증상이지만, 그 반복성과 양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몸이 보내는 경고일 수 있다. 당장 당뇨병으로 진단되지 않더라도 지금부터의 관리가 10년 후의 건강을 좌우할 수 있다. 단순 피로로만 넘기지 말고, 내 몸의 반응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재근 용인삼성내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