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 내 압력 상승이 원인
  • ▲ 김용래 남양주백병원 관절센터 원장
    ▲ 김용래 남양주백병원 관절센터 원장
    장마철이 다가오면 '비가 오려나 무릎이 시리다'며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어르신들이 많다. 

    일기예보보다 먼저 몸이 날씨의 변화를 감지하게 된다. 흔히 뼈마디가 쑤시는 증상을 날씨 탓으로 돌리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곤 하지만, 이는 단순한 기분 탓이나 심리적 현상이 아닌 명확한 생물학적·과학적 근거를 가진 신체 반응이다.

    비가 오거나 흐린 날에는 기압이 낮아지고 습도가 높아지는 등 급격한 환경 변화가 발생하는데, 이러한 거시적 기후 변화가 우리 몸의 폐쇄된 공간인 관절강 내부 압력 조절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실제 염증과 통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맑은 날씨에는 대기압과 관절 내부의 압력이 평형을 유지하지만, 장마철처럼 비가 오기 전 저기압 상태가 될 때는 상대적으로 관절 내부의 압력이 높아지게 된다. 풍선이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주변 낮아진 기압의 영향을 받아 부풀어 오르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이다.

    대기압이 낮아지면 상대적으로 관절 내부를 채우고 있는 관절액의 압력이 상승하게 되면서, 관절을 둘러싸고 있는 활액막(관절막)과 주변 신경 조직이 미세하게 팽창하게 된다. 관절막 주변에는 통증을 느끼는 신경 말단이 집중적으로 분포해 있기 때문에, 관절 내부 압력이 상승하면 신경이 자극받아 욱신거리거나 찌릿한 통증을 더 심하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높은 습도도 악영향을 미친다. 장마철에는 실내외 습도가 80~90%까지 치솟는데, 습도가 높으면 피부를 통한 땀 배출 등 체내 수분 증발이 원활하지 않게 된다. 이에 따라 체내 수분 배출이 정체되면서 관절 내부의 활액(윤활액) 분비선에 압박이 가해지고 관절강 내 부종(부기)을 가중해 만성적인 통증을 한층 유발한다.

    대부분의 관절염 환자들은 비가 오고 통증이 심해지면, 외출을 삼가고 온종일 누워 있거나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아프다고 해서 지나치게 움직이지 않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무릎이 아프다고 움직이지 않으면, 관절 주변 근육이 약화하고 관절 자체가 뻣뻣하게 굳어 다음번에 더 작은 자극에도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실내에서 가벼운 제자리 걷기나 누운 자세에서 무릎을 굽혔다 펴기 등 무릎 주변 근육을 자극하는 스트레칭을 꾸준히 해주는 것이 관절 유연성을 유지하고 통증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에어컨의 찬바람이 무릎 관절에 직접 닿으면, 관절 주변 근육이 수축하고 관절액이 굳어 통증이 악화할 수 있다. 이때 얇은 담요나 긴 바지를 착용해 무릎을 따뜻하게 보호하는 것이 좋다. 

    또한 실내 생활 환경 개선도 매우 중요하다. 에어컨이나 제습기를 활용해 실내 온도는 26도 안팎, 실내 습도는 50% 수준으로 쾌적하게 유지해야 한다. 

    장마철 무릎 통증 완화에는 찜질 요법이 큰 도움이 된다. 단, 본인의 무릎 상태에 따라 찜질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

    만성적인 퇴행성 관절염으로 뼈마디가 뻣뻣하고 묵직한 통증이 느껴질 때는 20분 정도 따뜻한 온찜질을 시행해 주는 것이 좋다. 온찜질은 혈관을 확장해 무릎 주변의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경직된 근육과 인대를 이완시켜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무릎이 벌겋게 붓고 열감이 느껴지며 날카로운 통증이 있을 때는 염증 확산을 막고 부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냉찜질을 시행해야 한다.

    장마철 무릎 통증은 기후 변화에 신체가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신호이지만, 이를 단순 계절성 통증으로 방치하면 관절염 진행을 가속할 수 있기에 일주일 이상 무릎 통증이 지속되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 시큰한 증상이 반복된다면, 즉시 정형외과 전문의를 찾아 연골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김용래 남양주백병원 관절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