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은 뇌가 보내는 조용한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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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산사랑의병원 김민주 진료과장
“자리에서 일어섰을 뿐인데 눈앞이 캄캄해져요.”진료실에서 흔히 듣는 증상 중 하나다. 이처럼 일어날 때마다 어지럼증이 발생하는 현상은 기립성 저혈압(orthostatic hypotension)의 전형적인 양상이다. 대부분은 일시적 혈압 저하로 이해되지만, 중추신경계의 자율신경계 기능 저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기립성 저혈압은 앉거나 누운 자세에서 갑자기 일어설 때 수축기 혈압이 20mmHg 이상, 이완기 혈압이 10mmHg 이상 떨어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로 인해 뇌로 가는 혈류가 일시적으로 감소하면서 어지럼증, 시야 흐림, 심한 경우 실신에 이를 수 있다.정상적인 경우 자세 변화에 따라 혈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역할은 자율신경계가 맡는다. 중추신경계의 명령을 받아 말초혈관을 수축시키고 심박수를 증가시키는 반응을 통해 뇌로 가는 혈류를 일정하게 유지한다.그러나 이 기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일시적인 뇌 저관류가 발생하며 어지럼증이 유발된다.기립성 저혈압은 단순히 ‘순간적인 혈압 저하’로 보기보다 신경계 전반의 기능 저하를 시사하는 신호일 수 있다.특히 파킨슨병, 다계통 위축증 등 자율신경계 기능 저하를 동반하는 신경계질환에서는 조기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고령층, 당뇨 환자, 이뇨제나 항우울제를 복용 중인 사람들에게서도 기립성 저혈압은 흔히 관찰된다.진단은 혈압 측정만으로도 가능하지만, 적어도 3분 이상 기립 상태를 유지한 후의 혈압 비교가 필요하다. 증상이 반복되거나 위험 질환이 의심될 경우 심전도검사, 뇌영상검사, 자율신경 기능검사 등을 통해 정밀 평가를 진행해야 한다.치료는 원인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는 충분한 수분 섭취, 점진적인 자세 변화, 탄력스타킹 착용, 식사량 조절 등의 생활습관 개선이 우선된다. 약물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미도드린(midodrine)이나 플루드로코르티손(fludrocortisone) 등의 약제가 고려된다.어지럼증이 반복되는데도 “피곤해서 그렇겠지” 하고 넘기고 있다면, 그 안에 신경계의 기능 이상이 숨겨져 있을 수 있다.어지럼증은 뇌가 보내는 조용한 경고일 수 있다. 증상이 반복된다면 신경과 진료를 통해 자율신경계의 이상 여부를 확인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김민주 안산사랑의병원 진료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