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도인지장애 관리 이뤄지면 치매 예방 및 기간 지연
  • ▲ 남양주백병원 강진호 뇌신경센터 병원장
    ▲ 남양주백병원 강진호 뇌신경센터 병원장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는 치매 환자 수가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치매는 갑작스럽게 발병하는 경우보다, 그 이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 MCI)’를 거쳐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 시기에 적절한 개입과 관리가 이뤄진다면 치매 진행을 예방하거나 상당 기간 지연시킬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정상적인 노화로 인한 가벼운 건망증과 달리, 기억력과 인지 기능이 동일 연령대 평균보다 현저히 저하된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일상생활 수행 능력은 대체로 유지된다. 

    진단은 주관적인 기억력 저하 호소, 객관적인 인지검사 결과의 이상 소견, 일상생활 기능 보존, 치매 진단 기준 미충족 등을 종합해 내려진다. 대표적인 진단 도구로는 한국형 간이정신상태검사(K-MMSE), 몬트리올 인지평가(MoCA-K) 등이 있다.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개입하면 치매 발병 시기를 평균 3~5년 늦출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특히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뇌혈관 위험인자를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흡연과 음주는 뇌세포 손상과 혈류 감소를 촉진하므로 반드시 중단해야 한다.

    경도인지장애의 치료 접근은 약물치료와 비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약물치료에는 도네페질(donepezil)과 같은 콜린에스터라아제 억제제가 사용되며, 이는 아세틸콜린 분해를 억제해 신경전달을 개선하고 인지 기능 저하 속도를 늦춘다.

    비약물치료로는 인지재활 훈련, 집단 인지활동 프로그램, 언어·주의력 훈련, 음악·미술 치료 등이 효과적이다. 또한 지적 활동(독서, 글쓰기, 퍼즐),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걷기, 수영, 자전거 타기), 충분한 수면, 균형 잡힌 식단(지중해식 식단, MIND 다이어트)이 인지 기능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다수의 연구에서 입증됐다.

    아울러 가족의 역할도 중요하다. 환자 가족의 지지와 협력은 치료 효과를 높인다. 보호자는 환자의 생활 패턴을 관찰하고 변화가 감지될 때 의료진과 상의해야 하며, 정서적 안정과 사회적 교류를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치매 예방은 두려움이 아닌 준비에서 시작된다.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부터 뇌 건강을 지키는 생활습관을 실천해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 건강한 식습관, 사회적 활동, 지속적인 두뇌 자극이 그 핵심이다. 기억은 한 번 잃으면 되돌릴 수 없지만, 지금부터 지키는 것은 가능하다.

    남양주백병원 강진호 뇌신경센터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