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천지방법원 전경.ⓒ인천지법 제공
    ▲ 인천지방법원 전경.ⓒ인천지법 제공
    에티오피아에서 정부와 갈등을 빚는 민병대 소속으로 활동한 아프리카인이 국내에서 난민 심사를 신청했다 거부당하자 행정소송을 내 승소했다.

    인천지법 행정1단독 정현설 판사는 19일 에티오피아인 A씨가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난민 인정 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정 판사는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이 지난해 8월 A씨에게 내린 난민 심사 불회부 결정을 취소하고, 소송 비용도 모두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1심에서 승소한 A씨는 최종심에서도 법원 판단이 바뀌지 않으면 국내에서 난민 심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A씨는 지난해 8월 중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했으나 출발지로 돌아가라는 지시를 받았다. 입국 심사 때 관광 목적으로 한국에 온 사실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해 입국이 불허됐기 때문이다.

    A씨는 송환 지시를 거부하고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에 난민 심사를 받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A씨는 거짓 서류를 제출했다는 이유로 난민 심사를 받을 수 없게 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소송에서 "에티오피아에서 암하라족으로 구성된 민병대 '파노' 회원으로 활동했다"며  "에티오피아에서 3일 동안 구치소에 구금돼 폭행 당했고 사촌동생은 살해됐다. 그런 위협을 피해 한국에 왔는데도 난민 심사를 받지 못하게 한 행위는 위법하다"고 호소했다.

    반면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은 "A씨가 2019년 발생한 '58명 학살'사건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며  "A씨는 테러 단체인 파노 회원으로서 조직을 지원하는 활동을 했다 체포돼 구금됐으며, 이는 에티오피아정부의 정당한 절차여서 그가 난민 심사를 받을 자격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난민 신청이 거짓 서류를 제출해 사실을 숨기려는 경우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의 심사 불회부 결정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정 판사는 "A씨가 난민 면담조사 때 한 진술이 상당히 구체적"이라며 "실제로 에티오피아의 (비상사태) 상황에도 부합한다"고 봤다.

    정 판사는 이어 "A씨를 난민 심사에 회부하더라도 신청자 지위를 주는 것일 뿐"이라며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은 구체적인 사실 조사를 거쳐 A씨에게 난민 불인정 결정을 할 수도 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