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 사망' 부천 호텔 화재 … "침대 매트리스가 화 키웠다"

수십여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부천시 호텔 화재 사건과 관련해 객실 침대 매트리스가 피해를 키운 원인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22일 부천 호텔 화재 당시 발화지점인 810호(7층) 객실에서 연기가 복도 쪽으로 새어 나오기 시작한 시각은 오후 7시37분이었다.

애초 810호에 배정 받은 투숙객 A씨가 방에서 나온 지 2분가량 지난 뒤였다.

A씨는 810호에 들어갔다가 에어컨 쪽에서 '탁탁'하는 소리와 함께 타는 냄새가 나자 호텔 직원에게 객실 변경을 요청했고 6층으로 방을 바꿨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810호 출입문은 복도 쪽으로 열린 채 있었고 810호 객실에서 시작된 연기가 이 문을 통해 1분23초 만에 호텔 7층 복도를 가득 채우는 바람에 다른 투숙객들은 1층으로 대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상황은 소방당국이 확보한 호텔 7층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현재 소방당국은 A씨가 화재 발생 전 810호에서 처음 목격한 상황을 토대로 에어컨 누전으로 인해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에어컨에서 불똥이 떨어져 소파와 침대에 옮겨 붙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한국방재학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침대 매트리스는 TV보다 불이 커지는 속도가 490배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매트리스의 이른바 '화재 성장률'은 흔히 불에 잘 탄다고 알려진 나무 재질의 책상보다 230배, 서랍장보다는 9배나 빠른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불이 난 810호 객실이 침대가 없는 온돌방이었다면 에어컨에서 불이 처음 시작됐어도 누군가가 발견해 소화기로 끌 수 있을 정도의 화재로 끝났을 것"이라며 "에어컨 주변에 있던 침대 매트리스가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식 결과 등을 토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810호 에어컨에서 스파크가 튀어 맨 바닥에 떨어졌다면 그나마 연소나 연기 확산 속도가 이 정도로 빠르진 않았을 것"이라며 "소파와 매트리스가 에어컨 근처에 있어 불이 빨리 붙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