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산사랑의병원 오재천 의무원장
    ▲ 안산사랑의병원 오재천 의무원장
    체외진단의료기기(IVD, In Vitro Diagnostic Devices)는 인체에서 채취한 혈액·소변·조직 등 검체를 분석해 질병을 진단하거나 치료 반응을 모니터링하는 장비다. 

    이러한 기기는 전통적으로 병리과·진단검사의학과 등 검사실 기반의 진단에 주로 활용돼왔다. 영상의학과에서 직접 사용하는 장비는 아니지만, 최근 정밀의료의 흐름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속에서 체외진단 결과가 영상진단과 상호보완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예를 들어 유방암을 진단할 때 영상의학과에서는 유방촬영술이나 초음파를 통해 병변을 의심하고, 해당 부위에 대한 조직검사를 권유한다. 이후 병리과에서 조직을 분석해 HER2, ER, PR 등 유전자 발현 여부를 파악한다. 이는 체외진단기기로 이뤄지는 과정이다.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이러한 체외진단 정보를 함께 검토함으로써 병변의 악성도, 치료 반응 예측, 추적검사의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이처럼 체외진단기기는 영상의학적 진단 판단을 보완하는 중요한 근거 자료로 기능한다.

    최근에는 영상 분석 기반 인공지능 기술과 체외진단 정보를 융합한 플랫폼들이 개발되고 있다. 폐암이나 간암처럼 영상으로 확인되는 종괴에 대해 환자의 혈액이나 조직에서 검출된 유전자 변이 정보를 함께 분석함으로써 질병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특히 방사선과 병리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는 인공지능(AI)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는 향후 영상의학과의 판독 보고서가 단순 영상 이상 소견을 넘어 분자생물학적 정보까지 반영하는 형태로 진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영상의학과 전문의로서 환자 진단에서 이미지는 출발점일 뿐이라는 점을 종종 실감하게 된다. 조직검사·혈액검사, 유전자 분석 등 다양한 체외진단 결과를 종합함으로써 더욱 정밀하고 신뢰도 높은 진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직접 손에 쥐고 사용하는 장비는 아니지만, 영상의학과는 체외진단기기를 통해 생성된 데이터를 의학적 사고의 중요한 한 축으로 활용한다.

    체외진단의료기기는 이제 검사실 안에만 머무르는 기술이 아니다. 정밀의료와 데이터 기반 진단의 흐름 속에서 영상의학과를 비롯한 임상 각과와 협업이 더욱 긴밀해지고 있다. 

    환자의 생물학적 특징과 영상 소견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해석되는 시대, 체외진단기기는 영상의학과의 진단 패러다임을 한층 풍요롭게 확장해준다.

    오재천 안산사랑의병원 의무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