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복부 불편의 원인일 수 있어
  • ▲ 안산사랑의병원 이경록 진료부원장
    ▲ 안산사랑의병원 이경록 진료부원장
    식사를 하고 나면 배가 더부룩하거나, 가스가 자주 차고 만성 설사 혹은 변비가 반복된다면 단순 소화불량이 아닐 수 있다. 

    이런 증상이 반복되면서도 내시경, 복부초음파 등 일반적인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없다면, ‘소장 세균 과증식(SIBO)’을 의심해볼 수 있다.

    소장은 일반적으로 박테리아의 수가 비교적 적은 공간이다. 그러나 여러 원인으로 인해 소장 내 세균이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면, 이들이 음식물 분해 과정에 관여하면서 가스가 과다 생성되고, 흡수 장애나 점막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복부 팽만, 통증, 설사, 영양소 흡수 문제 등이 동반된다.

    소장 세균 과증식의 발생 원인은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장운동 저하가 있다. 당뇨병이나 갑상선기능저하증처럼 장운동이 느려지는 질환에서 발생 위험이 높아지고, 과거 복부 수술로 인해 장유착이 생긴 경우도 마찬가지다. 

    장의 해부학적 구조가 바뀌거나 장 내용물이 정체되면 세균 증식이 쉬워지는 것이다. 위산 분비 저하, 위 절제술 이력, 특정 약물 복용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진단은 주로 수소 또는 메탄 호기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환자가 일정량의 탄수화물을 섭취한 후 일정 시간 동안 숨을 내쉬게 하여 호기 내 수소·메탄 농도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이는 장내 세균이 생성한 가스를 측정하는 간접적 방법이지만, 비침습적이고 비교적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다만, 검사 정확도에는 한계가 있다. 검사 시점의 세균 양이나 장 운동 속도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표준화된 검사 기준이 국가마다 차이가 있어 진단 자체를 해석할 때도 신중해야 한다.

    치료는 항생제를 이용해 소장의 세균 양을 조절하는 것이 기본 방법이다. 리팍시민(rifaximin)이라는 흡수율이 낮은 장용성 항생제가 1차 치료제로 가장 많이 사용되며, 환자의 증상 양상이나 메탄 생성 여부에 따라 메트로니다졸, 네오마이신 등이 병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항생제만으로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점에서, 원인을 함께 교정하는 접근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장운동 저하가 원인이라면 장운동 촉진제를 함께 사용하거나, 변비가 심한 경우 배변 습관 개선과 식이조절이 병행돼야 한다. 식단 조정도 도움이 되며, FODMAP(발효성 탄수화물) 제한 식이요법이 일부 환자에서 증상 완화에 효과를 보이기도 한다.

    소장 세균 과증식은 명확한 영상학적 이상 없이도 환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는 질환이다. 그러나 모든 복부 증상이 소장 세균 과증식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진단 및 치료는 반드시 전문가의 판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반복되는 복부 불편 증상이 있을 경우, 자가 진단이나 임의의 항생제 복용은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

    소화기 질환은 증상만으로 구별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만성 복부 증상이 지속된다면, 일반적인 내시경 검사 외에도 장 기능 및 세균총 변화에 대한 평가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소장 세균 과증식은 그런 판단을 고려해야 하는 질환 중 하나다.

    안산사랑의병원 이경록 진료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