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유형 분류만 AI…기존 ARS와 차별점 없어당직실 직통번호에만 적용…접근성 '제한적'개통 하루 만에 오작동…'경기도 최초' 타이틀 무색
  • ▲ 고양시청 전경. ⓒ고양시 제공
    ▲ 고양시청 전경. ⓒ고양시 제공
    고양특례시가 경기도 시·군 최초로 도입했다고 밝힌 'AI 당직시스템'이 사실상 기존 ARS 전화와 차별점을 두지 못하면서 '전시 행정'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더욱이 시민에게 홍보조차 되지 않은 당직실 직통번호에만 적용되는 등 접근성과 적용 범위 모두 극히 제한적인 데다 개통 이틀째 먹통 사태까지 빚으면서 '경기도 최초' 타이틀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13일 고양시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 6일 도내 지자체 중 최초로 AI 민원 당직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지난 2023년 국토교통부 공모로 확보한 '거점형 스마트시티 조성사업' 400억 원 중 일부를 활용해 구축됐다. 

    공모사업에 함께 참여한 카카오 등이 포함된 컨소시엄이 조달청을 통해 KT 보이스봇 소프트웨어를 구매해 고양시에 연결한 구조다. 사업비는 시스템 구축비 2600만 원에 월 사용료 100여만 원이 소요된다.

    그러나 해당 민원 시스템이 AI 행정 최초 도입이라는 기대와 달리 기존 ARS와 차별점을 두지 못하고 있다.

    실제 고양시 AI 민원 시스템을 사용해 본 결과, 처음에는 음성 안내에 따라 도로·주차 등 민원 유형을 말로 설명하도록 안내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안내가 이어지자 다시 다이얼 번호를 눌러 선택하는 방식으로 전환됐다. AI 음성 인식은 초기 유형 분류에만 쓰이고 이후 처리 과정은 기존 ARS와 다를 바 없는 구조였다. 'AI'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실질적인 자연어 처리는 입구에서만 작동하는 셈이다.

    접근성 문제도 심각하다. 이 시스템이 실제로 작동하는 번호는 당직실 직통번호(031-8075-2222) 단 하나다. 

    시민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고양시 대표번호(031-909-9000)는 오후 9시까지 콜센터 직원이 응대하며 AI와는 무관하다. AI 보이스봇은 오후 6시 이후 당직실 직통번호로 걸려 오는 전화에만 적용되는데, 이 번호가 시민에게 공개적으로 홍보된 적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적용 범위도 극히 제한적이다. 행정동은 야간 당직 자체가 없어 처음부터 대상에서 빠졌고, 일선 구청은 민원 유형이 시청과 달라 별도 시나리오 구축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확대 계획조차 세워지지 않은 상태다. 결국 108만 고양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AI 창구는 홍보도 안 된 당직실 번호 하나뿐이다.

    출발도 삐걱거렸다. AI 민원 시스템이 적용된 지 이틀째인 지난 7일 오후 6시부터 수 시간에 걸쳐 당직실 직통번호로 전화한 결과, AI가 아닌 직원이 계속 전화를 받았다. 개통 하루 만의 오작동이었다. 원인은 비상회선 구조에 대한 사전 파악 부족이었다.

    시 관계자는 "당직실 전화는 인터넷 회선 기반으로 운영되는데, AI 착신 설정이 매일 자동 리셋되는 비상회선에 물려 있었다"며 "개통 첫날은 설정이 유효해 정상 작동했지만, 다음 날 자정 리셋되면서 AI 연결이 끊겼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공공 AI 도입 구조의 고질적 한계에서 비롯된 예고된 실패라고 지적한다. 

    공고를 내고 입찰을 거쳐 도입하는 현행 조달 구조상 실제 현장에 적용되는 기술은 최소 3년 전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AI전문가는 “AI 혁신이 매일같이 이뤄지는 속도를 행정 절차가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라며 “대기업조차 모든 절차에 예외를 두며 AX(AI 전환) 컨설팅을 의뢰하는 상황에서, 공공 IT 정책은 '행정 구조'라는 이유를 들어 매번 같은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현재는 시청 당직실에 우선 적용한 시범 운영 단계로, 대표번호가 아닌 당직실 직통번호에만 적용된 것은 사실"이라며 "초기 운영 과정에서 기술적 문제가 발생했지만 원인을 파악해 조치를 완료했고, 향후 운영 성과를 지켜보며 확대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