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도인지장애(MCI)의 이해와 조기 대응
  • ▲ 안산사랑의병원 김민주 진료과장
    ▲ 안산사랑의병원 김민주 진료과장
    나이가 들며 누구나 한두 번쯤은 "내가 방금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 "어디다 뒀더라?"와 같은 경험을 한다. 

    하지만 이런 경험이 단순한 건망증인지, 혹은 치매의 시작을 알리는 경고 신호인지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최근에는 치매로 이행되기 전 단계로 알려진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 MCI)’에 대한 인식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말 그대로 인지기능이 정상 노화보다 빠르게 저하됐지만, 아직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인지기능 중에서도 특히 기억력이 먼저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아, 건망증과 혼동하기 쉽다. 하지만 MCI는 정상 노화와는 명확히 구분되는 의학적 질환이며, 일부 환자는 이 상태에서 수년 내에 치매로 진행되기도 한다.

    치매와 MCI의 중요한 차이점은 ‘일상생활의 자립성’이다. MCI 환자는 약속을 잊거나 대화 내용을 반복하더라도, 기본적인 생활은 스스로 해낼 수 있다. 반면 치매는 스스로의 일상 유지에 점차 어려움을 느끼며, 기능적 손상이 나타난다. 그렇기에 MCI는 일종의 ‘인지기능의 경계 상태’로, 조기 발견과 적절한 개입을 통해 치매로의 이행을 예방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MCI 환자의 약 10~15%는 매년 치매로 이행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일반인보다 현저히 높은 수치로,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진단은 주로 신경심리검사, 뇌 영상 검사(MRI, PET), 혈액 검사 등을 통해 진행되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인지기능의 변화 양상을 정밀히 분석한다.

    현재 MCI를 완전히 치료하는 방법은 없지만, 적절한 관리와 훈련을 통해 증상 진행을 늦추는 것이 가능하다. 인지 재활 훈련, 규칙적인 운동, 건강한 식단, 수면의 질 향상, 스트레스 관리 등이 중요한 비약물적 접근이다. 또한 일부 환자에게는 뇌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는 약물이 보조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특히 MCI는 뇌가 아직 유연성을 지니고 있는 시기인 만큼, 뇌 가소성을 자극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이 효과적이다. 낯선 길 찾기, 새로운 악기 배우기, 숫자 퍼즐 등은 단순한 인지 훈련을 넘어 뇌의 다양한 부위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치매에 대해 “치료가 안 되는 병”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지만, MCI 단계에서는 예외일 수 있다.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적절히 대응한다면, 기억력 저하를 단순 노화로만 치부하지 않고 삶의 질을 지키는 전환점으로 삼을 수 있다.

    건망증이 반복되고 스스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이를 무심히 넘기지 말고 전문가의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조기 진단이야말로, 예방과 관리의 가장 강력한 시작점이다.

    안산사랑의병원 김민주 진료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