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산제 먹을수록 속이 더 더부룩해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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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록 안산사랑의병원 진료부원장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안타까운 순간 중 하나는 잘못된 자가진단으로 병을 키워 내원하는 환자 분들을 만날 때다.속 쓰림을 호소하는 환자들 중 습관적으로 제산제를 드시는 분들이 그렇다. 많은 사람이 이를 위산이 넘쳐 생기는 ‘위산과다’로 오해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인 ‘위산저하증’을 진단받는 분이 꽤 많다.보통 속이 쓰리거나 신물이 올라오면 위산이 너무 많이 나온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위산이 부족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위산은 음식물과 함께 들어온 유해 세균을 강력하게 살균하고, 단백질을 분해하며, 철분이나 칼슘 같은 필수 영양소가 체내에 잘 흡수되도록 돕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위산이 부족해지면 어떻게 될까?우선 음식물이 위에서 충분히 분해되지 못한 채 오래 머무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상발효가 일어나 가스가 발생하고 배가 부풀어오르며,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이 위 상부로 밀려 올라가 식도로 역류하며 ‘속 쓰림’을 유발한다.증상이 역류성 식도염과 흡사하다 보니 많은 사람이 위산을 억제하는 제산제를 찾게 되고, 이는 결국 위산 분비를 더 줄여 소화력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의 늪에 빠지게 만든다.특히, 위산저하증이 무서운 이유는 영양 불균형의 시작점이 되기 때문이다. 위산이 부족하면 우리 몸은 비타민 B12나 철분 같은 핵심 영양소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다. 단순히 속이 더부룩한 느낌을 넘어, 이유 없이 만성적인 빈혈에 시달리거나 골다공증이 생기고 늘 기운이 없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위산 부족으로 인한 영양 결핍을 강력히 의심해봐야 한다.위산저하증은 주로 나이가 들면서 위 점막이 위축되는 ‘위축성 위염’이 진행될 때 발생하기 쉽지만, 헬리코박터균 감염이나 과도한 스트레스, 그리고 무엇보다 위산분비억제제(PPI)를 장기간 남용하는 습관이 원인이 될 수 있다.식사 후 매번 배가 가득 찬 느낌이 들거나 트림이 잦다면 무작정 약을 찾기보다 자신의 식습관부터 면밀히 점검해보기를 권한다. 식사 중에 물을 너무 많이 마셔 위산을 희석시키지는 않는지, 음식물을 충분히 씹는지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위장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결국 속이 쓰린 이유가 정말 ‘과해서’인지, 아니면 ‘부족해서’인지 정확히 아는 것이 건강한 위장을 만드는 첫걸음이다. 위와 같이 불편한 증상이 반복된다면 내과를 방문해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자신의 위 상태가 어느 쪽인지 정확히 확인해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이경록 안산사랑의병원 진료부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