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위식도 역류질환, 단순한 속쓰림이 아니다

그동안 위염이나 위궤양처럼 위장 질환에 대해 여러 차례 이야기한 바 있다.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속쓰림이나 상복부 불편감을 호소하며 내원하고, 대부분은 위염이나 소화불량을 의심한다. 

하지만 그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면서도 '식도'에 문제가 생긴 경우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위식도 역류질환(Gastroesophageal Reflux Disease, GERD)'이다.

위식도 역류질환은 위에 있는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면서 식도 점막을 자극해 다양한 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보통 위 내용물은 위산과 음식물이 혼합된 상태로, 식도 점막에 강한 자극을 준다. 특히 식도는 위에 비해 점막이 얇고 산에 대한 방어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위산이 반복적으로 닿게 되면 쉽게 염증이나 상처가 생긴다.

이 질환의 가장 흔한 증상은 속쓰림과 신물이 올라오는 느낌이다. 위염에서는 주로 공복에 속이 쓰리지만, GERD는 식후나 누웠을 때, 허리를 굽혔을 때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신물 역류, 트림, 목 이물감, 잦은 기침, 가슴 통증 등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일부 환자들은 이를 단순한 소화불량으로 여기고 제산제만 복용하는데, 증상은 일시적으로 완화되더라도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않아 만성화되는 경우가 많다.

참고로 '위식도 역류질환'과 '역류성 식도염'은 유사하지만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위식도 역류질환은 위 내용물의 식도 역류로 인한 모든 증상을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고, 역류성 식도염은 그중 식도 점막에 실제 염증이 생긴 경우를 말한다. 즉, 염증은 없지만 증상이 뚜렷한 상태도 GERD에 포함되며, 이를 '비미란성 역류질환(Non-Erosive Reflux Disease, NERD)'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 질환이 단순한 불편감을 넘어서 식도염, 식도 협착, 바렛식도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바렛식도는 식도암의 위험 요인으로도 알려져 있어, 증상이 자주 반복된다면 단순 위장병으로 넘기기보다 내시경 검사를 통해 식도의 상태를 점검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진단은 위내시경을 통해 식도 점막의 염증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점막이 정상처럼 보이더라도 증상이 뚜렷하면 역류질환으로 판단할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식도 산도(pH) 검사나 식도운동검사를 추가로 시행하기도 한다.

치료는 '생활습관 개선'과 '약물치료'를 병행한다. 식후 2~3시간 이내에는 눕지 않고, 과식, 야식, 기름진 음식, 커피, 초콜릿, 탄산음료 등은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체중 감량도 위산 역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약물은 '프로톤펌프억제제(PPI)'가 가장 많이 사용되며, 이는 위산 분비를 강력하게 억제해 식도 점막 자극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보통 24주 이내에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재발률이 높기 때문에 약물 치료와 더불어 생활습관 교정이 병행돼야 장기적으로 증상 조절이 가능하다.

위식도 역류질환은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증상들인 속쓰림, 트림, 목의 불편감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그 원인이 위가 아닌 '식도'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장기적으로 염증이나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비슷한 증상이라도 원인과 치료 방향은 달라질 수 있다는 점,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용인삼성내과 이재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