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강 내 대량 출혈 발생 위험 커져
  • ▲ 오재천 안산사랑의병원 의무원장
    ▲ 오재천 안산사랑의병원 의무원장
    건강검진을 받을 때 간·위·대장 같은 장기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만, '비장'이라는 장기는 비교적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비장은 왼쪽 상복부 갈비뼈 안쪽에 위치해 평소에는 손으로 만져지지 않는 장기다. 비장은 우리 몸의 노화한 혈액을 걸러내고 면역 반응을 담당하는데, 여러가지 원인에 의해 그 크기가 정상보다 커질 수 있다. 이를 비장비대증이라고 한다.

    성인의 비장 길이는 보통 11~12cm 내외인데, 이 범위를 넘어서면 비대해졌다고 판단할 수 있다. 비장이 커지면 왼쪽 옆구리에 묵직한 통증이 느껴지거나, 커진 비장이 위를 압박해 식사를 조금만 해도 배가 부른 증상이 나타난다.

    비장은 왜 커지는 것일까? 가장 흔한 원인은 간질환이다. 간경변증 등으로 간의 혈액 흐름이 원활하지 않으면 혈액이 비장으로 역류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내부 압력이 높아지며 비장이 부풀어 오른다.

    또한 백혈병이나 림프종 같은 혈액암이 생겨 비정상적인 세포들이 비장에 쌓여도 커진다. 바이러스나 기생충에 의한 감염증, 혹은 적혈구가 너무 빨리 파괴되는 용혈성 빈혈이 있을 때도 비장이 이를 처리하기 위해 과도하게 활동하면서 크기가 커진다.

    비대해진 비장은 갈비뼈 아래로 툭 튀어나와 외부 충격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이 상태에서는 가벼운 타격에도 비장이 터져 복강 내에 대량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비장비대증은 초기에는 증상이 없으나, 커지면 위를 압박해 조기 포만감과 왼쪽 윗배 통증을 유발한다. 또한 혈구를 과하게 파괴해 빈혈이나 혈소판 감소를 일으키며 피로·코피·멍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진단 시에는 복부초음파나 CT 촬영을 통해 정확한 크기와 주변 장기와 관계를 파악한다. 치료의 핵심은 비장 자체가 아니라 비대를 일으킨 근본적인 원인질환을 치료하는 것이다.

    원인질환 해결 시 비장은 정상화되나, 파열 위험이나 심각한 혈구 파괴 시 절제수술을 한다. 왼쪽 윗배의 묵직함이나 이유 없는 피로감이 지속된다면 지체 없이 전문의를 찾아 복부초음파나 CT 등 정확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비장은 우리 몸의 면역과 혈액 정화를 담당하는 소중한 장기인 만큼, 근본 원인을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는 것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오재천 안산사랑의병원 의무원장